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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124> 밀양 구만산암릉 깊숙이 하늘을 가르는 폭포의 향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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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23  16: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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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수골로 불리는 구만계곡 양쪽을 장식하는 암릉단애.


구만산은 높이 785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산의 형세보다 산이 품은 계곡이 더 명성이 높다. 보석처럼 감추고 있는 이른바 구만계곡은 지리산과 함께 도내 여름철 3대 계곡 산행지로 꼽힌다.

통처럼 생긴 바위협곡이 8km에 달해 통수골로 불린다. 양쪽에 암벽이 솟대처럼 솟아 있고 곳곳에 장대 같은 폭포가 걸려 있다. 높이40m짜리 거대한 구만폭포를 비롯해 갖가지 기묘한 폭포들이 즐비해 폭포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등산로가 아예 폭포하단을 통과하는 구간이 있어 옷을 입은 채로 물세례를 맞을 수도 있다. 골골마다 형성된 소와 담이 아름답고, 그 안에 담긴 물은 그냥 들이켜도 될 만큼 깨끗하다. 협곡 안에 벼락듬이, 아들바위, 상여바위, 병풍바위 등 천태만상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계곡은 좋은 시절 산객들의 여름산행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과거 한때에는 민초들의 애환으로 굴곡진 곳이다. 임진왜란 때 9만여명의 백성들이 전란을 피해 이곳에 몸을 숨겼다. 그래서 구만계곡이다. 밀양시 산내면 봉의리에 위치한다.

▲등산로는 산내면 봉의리 가라마을 상부 구만계곡 주차장(사설)→구만암 갈림길→구만산 첫능선→첫봉우리→안부→억산갈림길→정상→구만폭포→소규모폭포→구만암→주차장으로 회귀. 8km에 5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오전 9시 35분, 봉의로를 따라가다 보면 가라마을 지나 구만계곡주차장이 나온다. 비가 내리는 바람에 방수옷 입고 우산까지 챙기니 볼품없는 산행복장인데 민망해도 속옷 젖는 것보다는 낫다.

산행은 주차장에서 시작되지만 등산로는 구만암까지 차량통행이 가능한 넓은 길이다. 중간쯤 왼쪽 계곡건너에 휴양객들의 쉼터가 되는 펜션단지가 있다.

콘센트구조물로 만든 구만암에선 계곡 물길을 따라 구만폭포(1.76km)로 가는길과 오른쪽 산으로 붙어 구만산 정상(4.5km)으로 가는 길로 나뉜다. 계곡 난간에 ‘구만산 가는길’ 이라는 이름의 콘크리트건물이 버티고 섰는데 음료수 팥빙수 커피를 파는 곳이다. 손님이 없는지 개점휴업, 불이 꺼져 있다. 취재팀은 오른쪽 산에 붙어 바로 구만산정상에 오른 뒤 폭포 쪽으로 하산하는 반시계방향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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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손.


구만암 옆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바위에 붙어 사는 ‘부처손을 채취하지 말라’는 경고판이 눈길을 끈다. 부처손은 이 산이 자랑하는 양치식물. 가뭄 때는 수분을 손실을 막기위해 공처럼 말아 견디고, 비가 내리면 활짝 펴서 수분을 저장하는 기술이 가진 생명력 강한 식물이다. 가뭄에 지쳐 오그라들었다가 최근 생기를 찾았다. 조경용으로 남획되고 있는 식물로 이름은 한자 보처수(補處手)에서 왔다.

숲을 장식하는 수목은 태양의 열정을 듬뿍받아 여름빛이 넘치고 넘쳐 가을로 가고 있었다. 다만 이따금 나타나는 된비알은 몹시 힘이 드는데 습기까지 많아 후텁지근, 불편하다. 출발 한시간만에 만나는 첫번째 능선에서 불편함을 모두 물리는 상쾌함을 만끽할 수 있다.

길은 다시 한시간동안 이어진다. 기화요초 만발하고 산새들이 노래한다. 새의 울음은 휘파람으로 내보려고 해도 인간의 목으로는 흉내 낼수 없는 기이함이 있다. 상봉을 향해 잰걸음으로 높은 곳으로만 올랐다.

첫번째 봉우리에 올랐다가 내려서면 갈림길 안부. 구만산정상까지 1.9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구만산 정상 300m를 남긴 지점 갈림길은 억산과 운문산으로 가는 길이다. 5.3km 밖에 있는 억산(億山)과 운문산은 산객에게 인기 있는 산행지. 운문산(1195m)은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19m), 고헌산(1034m), 문복산(1015m)과 함께 환형의 산띠를 형성하고 있는 이른바 영남알프스의 산군 중 하나. 영남알프스는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의 접경지에 형성된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의 9개의 산을 말한다.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해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수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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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서 본 첩첩산중 구만계곡.


마지막 남은 300m 거리는 비교적 완만한 오름길로 휘파람불며 힘든 산행을 보상받을 수 있는 구간이다.

낮 12시 5분, 출발 2시간 30분만에 정상에 도착한다. 이정표대로라면 출발서부터 정상까지 5.5km 오름길이다.

맑은 날 억산, 운문산, 지룡산, 용당산이 보이는 곳인데 안개와 흐린 날씨로 조망이 없다. 날씨가 아니라도 키큰 나무가 에워싸 조망권이 확보되지는 않는 곳이다.

비 그친 틈을 이용한 휴식도 잠시, 울산에서 왔다는 산행객을 뒤로하고 서둘러 하산길을 재촉했다.

한차례 더운 바람이 구름을 걷어간 산야. 산 그리메가 차곡차곡 쌓여 끝간데없이 이어지는 풍광, 계곡 길이만 자그마치 8㎞가 넘는 심산유곡이다. 그제야 깊은 산골짜기에 들어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오후 1시 30분, 작은 물길을 만나고 옛날 숯가마터 돌담을 몇 개 지나치면 이 산의 자랑거리 구만계곡 속으로 들어간다.

양쪽 층층기암은 높이를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아 있다. 폭포가 우는 소리가 커졌다 작아지기를 한 두차례. 비 온 뒤 넘친 수량 탓에 폭포가 굉음을 낸다. 암벽 단애 40m상부에서 시작된 하얀 포말이 하부 수면에 닿을 때 폭발하듯 절정을 이룬다. 연한 코발트 블루의 넓이 15m짜리 웅덩이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가까이 다가가면 폭포가 일으키는 이슬 머금은 찬바람이 얼굴에 찰싹찰싹 달라붙는다. 한차례 바람을 일으킨 물줄기는 소의 가장자리 너설을 넘어 흘러간다.

구만폭포 아래 10m 높이의 바위 밑에서 흘러나오는 구만약수. 구만약물탕이라고 불리는 약수는 위장병과 피부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계곡의 여러 줄기를 모아 세력이 강해진 물줄기는 내려오면서 여러개의 폭포를 형성한다. 몇 년전 다녀온 포항의 내연산계곡폭포처럼 하얀 실비단이 곳곳에 걸려 있다. 한줄기폭포가 있는가 하면 두줄기도 있고 두개가 하나 되는 폭포도 있다. 암릉단애 골골마다 폭포요. 물줄기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데크 등산로는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희화적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지나갈 수 있도록 개설돼 있다. 장마철 소나기로 물이 불어나면 속수무책인데 위험한 것은 생각지 못한 것같다.

구만암까지 이어지는 계곡의 담과 소에는 산행에 지친 발을 달랠 수 있는 탁족처까지 있다. 소리에 끌려 눈이 호강하고 몸이 쉬어가는 구만산계곡은 그야말로 늦여름 힐링 산행지로 제격이다.

폭포 앞에서 물놀이로 여름을 즐기던 산행객들의 웃음소리가 환청인 듯 쟁쟁거리는데…, 계곡주차장에 돌아왔을 때 3시였다.

어느덧 절기는 입추가 지나고 더위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나무그늘이 없는 시멘트길 뙤약볕은 여전히 덥고 뜨거웠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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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40m의 위용을 자랑하는 구만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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