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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28>진안 덕태산가을하늘 보고 선 바위들이 눈길 사로잡아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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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08  21: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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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태산에서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주릉. 산 실루엣과 높은 가을하늘, 흰구름이 어울린 풍경이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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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전폭포.


전북 진안하면 마이산을 떠올린다. 말귀처럼 생긴 거대한 암봉 2개가 주변에 모든 산을 압도한다.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도 명성에 힘을 보탠다. 세계적 권위의 여행안내서 가드 미슐랭 으로부터 극찬 받은 한국 최고의 명소다. 실제 마이산의 풍치는 시각적으로나 상징적으로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 산이다.

그런데 취재팀은 이번 주, 마이산 남쪽에 있는 덕태산을 찾아간다. 진안에는 마이산 말고도 버금가는 걸출한 산이 있다는 의미다.

덕태산은 1000m가 넘는 고봉. 백운동계곡을 중심으로 시루봉, 삿갓봉, 갓거리봉, 선각산, 투구봉의 준봉들을 말발굽형태로 거느리고 있다.

이 산들도 모두 1000고지가 넘고 이를 따라 환 종주하면 거리도 13km에 8시간이 걸려 만만치가 않다. 우리고장으로 치면 함양 용추계곡을 중심으로 고산군이 원형의 띠를 이룬 황석산, 거망산, 수망령, 금원산, 기백산종주코스와 유사하다.

거기에다 이산 동쪽에는 200km가 넘는 강줄기를 자랑하며 한반도 남쪽을 굽이치며 가르는 섬진강 발원지가 있다. 실제 데미샘은 마이산이 아닌 덕태산군에 있다. 특히 투구봉에는 기하학적인 형태를 갖춘 거대한 바위가 명성을 높이고 있다.

산에는 산죽이 많이 자생하는데 어른 키를 훌쩍 넘어 산행 중 얼굴에 댓잎이 걸리적 거려 성가실 정도다. 또한 뿌리서부터 가지가 사방으로 갈라지는 반송고목 수 십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지대가 높아 항상 흰 구름이 떠 있다는 백운동계곡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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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백운동마을 전원주택


▲덕태산(德泰山)은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 위치한 높이 1113m의 산. 덕스럽게 생겨 턱태산이다. 마이산의 명성에 버금가는 진안산군 중 최대 규모의 산행지라고 할 수 있다.

▲등산로는 백운관광농원 및 마을전원주택→점전폭포→자연전망대→덕태산→산죽밭→반송고목→시루봉→홍두깨재 갈림길→임도→사방댐→점전폭포 원점회귀. 9km에 5시간이 소요된다.

▲오전 9시 2분, 백운관광농원 지나 전원주택이 있는 마을길 공터에 주차할 수 있다. 반듯하게 지어진 전원주택마을은 목가적(牧歌的)이다. 옛집을 헐고 재건축을 한 모양새인데 70년대 마을을 떠났던 사람들이 귀향하면서 지은 것으로 보인다.

임도를 따르면 진안군과 서부지방 산림청이 공동산림사업으로 추진해 운영 중인 백운동 산림욕장이 있다.

여름철 사람들이 들끓었을 산림욕장은 이 계절, 난리 통에 소개(疏開)한 마을처럼 조용하고 을씨년스럽다.

10여분 쯤 오르면 이 산과 계곡이 자랑하는 점전폭포가 시선을 끈다. 기대와는 달리 실망이다. 물이 많을 때는 폭포수가 5m높이의 바위 위를 힘차게 타고 흘러 장관을 이루는데 가을가뭄에 수량이 적어 별로 볼품이 없다.

등산로는 점전폭포 옆으로 난 산길과 임도로 갈라지는데 어느 곳을 택해도 다시 만난다. 임도 옆 등산안내도 입간판에서 산길로 오를 수 있다. 된비알에 바동거리며 얼마나 올랐을까.

오전 9시 48분, 첫 능선 고스락에 첫 번째 전망바위가 나온다. 이 지점에선 산 아래보다 진행해야 할 덕태산의 실루엣을 보는 것이 제격. 산정 마루 금을 쫓아 시선을 오른쪽으로 옮기면 생김새가 특이한 투구봉이다. 맨눈으로는 안보이지만 망원렌즈로 촬영한 뒤 확대하면 괴상한 투구봉인 줄 알 수 있다. 얼핏 보면 호랑이나 사자가 앉아 쉬는 형상이다.

계절의 흐름은 산에서 가장 빨리 실감한다. 산에서 여름이 가고 거기서 가을이 온다. 순백의 꽃잎이 청초한 구절초가 바위틈에 피었고 강렬한 햇살을 받은 이파리 한 무더기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드문드문한 단풍은 중년의 하얀 귀밑머리처럼 가지 끝에 찰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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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 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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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거북등 바위 옆을 지나 10시 48분, 암릉이 불거져 오른 두번째 전망바위에 설 수 있다.

이 바위에서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덕태산 정상이다. 고도가 높은 탓인지 고운 단풍이 들었다. 산 아래 백운동은 황금빛 다랑이 전답과 화려한 색채의 전원주택이 어울려 한결 풍요롭다.

육당 최남선은 산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그는 성산(聖山)에 들어갈 때는 신성한 산을 더럽힐까 조심하고, 소중한 곳에서는 큰 소리로 지껄이지도 않고 마구 몸을 가져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은 입산하는 것이지 정복의 의미가 아니라고 했다. 정상에서 인증사진촬영 후 느끼는 소회다.

오전 11시 10분, 헬기장 삼거리에선 왼쪽 신전마을 4.25km, 시루봉 1.30km를 가리킨다. 이곳에 또 다른 덕태산 정상석(1101m)이 따로 있어 의아하다. 넓은 헬기장에는 억새가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이때부터 하산 가까운 내림 길.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산죽군락지대다. 댓잎끼리 서로 부대끼며 서걱거리는 소리가 처음에는 좋다가 나중에는 실증이 난다. 댓잎이 얼굴을 할켜 성가시다.

20여분 이상 산죽밭을 헤매다 보면 이번에는 특이한 소나무가 나온다. 뿌리서부터 5∼6개의 가지가 원형으로 갈라져 자라는 반송인데 수령이 오래돼 아름답다. 이런류의 반송은 이 산에 수 십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백운동 상백암으로 바로 떨어지는 갈림길이 이 지점에 있다. 시루봉까지는 1.1km다. 특이한 소나무는 계속 나온다. 반송의 백미는 시루봉 직전 전망 좋은 언덕배기에 있다. 신행길 시부모에게 부끄럼타며 고개 돌려 조아리는 형상이다.

다시 걷는다. 바위 사이에 갇히고, 벗어나고, 소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고, 가시덤불을 헤치고, 혹은 산죽 무성한 숲속에 숨은 길을 빠져나온다. 하늘로 가는 암릉길의 끝, 마침내 고스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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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태산 정상에 오르는 취재팀. 중년의 귀밑머리처럼 정상에만 살짝 단풍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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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게 자라는 소나무. 이 산에는 이 외에도 수십그루의 반송이 자라고 있다.


오전 11시 45분, 시루봉(1110m)은 육중하고 험상궂은 암봉으로 돼 있다.

오름길에서 돌아보면 멀리 불가사의 마이산의 풍채가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지점이 포인트다.

남으로 천상데미를 비롯 선각산 팔공산이 조망된다. 천상데미(1080m)는 데미샘 뒷산을 말하는데 섬진강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라는 의미가 담겼다.

휴식 후 오후 1시가 넘어 홍두깨재 갈림길에 선다. 장수군 천천면과 맞닿은 고개로 옷감을 다듬을 때 두드리는 홍두깨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이 고개 아래서 시작된 물은 웃흰바우 아래흰바우를 지나 백운동천을 형성한다.

취재팀은 환형종주의 반 토막을 남긴 지점, 홍두깨재에서 오른쪽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다 하지 못한 아쉬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햇살아래 어렴풋이 보이는 삿갓봉 선각산 투구봉 마루금만 물끄러미 쳐다봤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10분 만에 임도를 만난다. 이 임도는 장자골과 함께 산 고랑을 타고 내려간다.

가을볕에 한껏 달궈진 긴 임도를 걷는 것은 지겹고 힘들다. 그래도 특유의 흰색 껍질을 가진 자작나무숲과 싱그러운 야생화를 벗 삼으면 어느새 점전폭포다. 오후 2시.

진안 덕태산 인근 천반산 아래 죽도에는 조선중기 성리학자 정여립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는 이이와 성혼의 문하에 있으면서 서인의 편에 서서 활동했으나 수찬관직 후 이를 배신하고 집권 세력이던 동인 편에 들어갔다. 결국 서인의 비판을 받아 낙향한 뒤 천반산에서 최후를 맞았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 거북등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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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길 첫 전망대에서 바라본 덕태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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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봉 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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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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