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10.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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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를 이어온 100년 가업 종로양복점
종로양복점은 1916년 이두용(1882~1942)씨가 종로 1가 보신각 옆자리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 옹의 집안은 서울에서 대를 이어 살았지만, 형편은 그리 넉넉지 못한 편이었다. 그래서 이옹은 생계를 위해 열다섯 살 때에 일본 양복점에 취직했다가 양복점 운영에서 꿈을 펼쳐보리라 마음먹고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이 옹은 도쿄 양복학교에서 배운 기술과 신용을 바탕으로 서른다섯 살 무렵인 1916년에 개업을 하게 된다. 일본 양복점과 경쟁을 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양복은 비싼 의복이어서 입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학생복을 제작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옆집에 일본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조선인 학교 재학생들이 이 옹의 가게로 몰려들었다. 학교 선생님들까지 나서 종로양복점을 홍보해 줬다.

양복점은 점점 더 번성해가게 되는데 1928년에는 개성과 함흥에 지점까지 개설하게 된다. 그 당시 종로양복점의 규모는 양복점과 바느질 공장에 재단사 등 100명이 넘는 직원을 둘 만큼 성장했다. 사업영역이 커져가자 일본 양복업자들의 시기와 모함으로 일본 경찰에 값이 비싸다는 트집에 잡혀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2대로 가업을 물려받은 이해주(1916~1996)씨는 창업주 이 옹의 넷째 아들이었다. 그는 54년 간 양복점을 운영하며 한국 양복의 역사와 함께 한 셈이다. 1994년에는 한국 양복사의 산증인으로 인정받아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한 ‘자랑스러운 서울시민’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1970~1980년대 초 양복의 소비가 크게 늘면서 가게도 승승장구했다. 점포를 보신각 옆 자리에서 종로1가 2층짜리 건물로 옮겨 왔다. 종로가 이른바 정치 1번지여서 이시영 전 부통령, 김두환 씨 등 정치인들도 많이 찾을 정도로 양복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3대째 가업을 이어받은 이경주 대표는 부친의 권유로 1960년 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해 양복 재단을 배우기 시작했다. 건축학도였던 그는 20대 중반에 ‘양복쟁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36년 간 아버지와 함께 일했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1980년부터 부친으로부터 열쇠를 받아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처음 몇 년간 호황을 누렸다. 이 대표가 “일 좀 그만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하소연까지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후반부터 기성복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양복점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종로1가에서 동대문까지 수십 군데에 달했던 양복점은 하나 둘 사라지고 대로변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종로양복점은 광화문 신문로 대로변 2층으로 자리를 옮기긴 했지만 명맥을 이어 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선대 때부터 찾아 온 단골 고객들이 꾸준히 이용해준 덕분이었다. 재단사를 내보내고 이 대표 스스로 경영자이면서 재단사로 치수 재기부터 패턴 뜨기, 옷감 자르기, 가봉에 이르기까지 혼자서 양복 한 벌 한 벌을 완성해내었다. 이 대표는 기성복과 다른 수제양복의 가치와 3대째 이어 오는 전통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한 희망이 있고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 벌에 150만 원 정도 하는 비싼 가격이지만, 100년 가업은 곧 브랜드가 돼 입소문을 타고 멀리서도 손님이 찾고 있다.

일감이 적은 만큼 양복 한 벌 한 벌에 정성과 공이 더 들어간다고 한다. 종로양복점은 장인정신에 투철할 뿐만 아니라 정통 스타일을 고집한다. 40, 50대가 주 고객이지만 20, 30대 젊은 단골손님도 적지 않다. 이 대표에게는 두 자녀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양복을 가업으로 계승하겠다는 자녀는 없는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이경주 대표의 꿈과 목표는 분명하다. 더 좋은 기술을 가지고 이탈리아 수제 양복처럼 세계적인 명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그리고 100년 200년 가업으로 이어 갔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경상대학교 경영학과



 
종로양복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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