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세계 자동차시장의 미래
[경일포럼] 세계 자동차시장의 미래
  • 경남일보
  • 승인 2015.10.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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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2012년 중반 테슬라 모터스는 자동차 산업을 크게 뒤흔들었다. ‘모델 S’ 세단을 출시했던 것이다. 순수 전기차인 이 고급차는 한번 충전으로 480㎞ 이상 달리고, 4.2초만에 시속 100㎞에 도달할 수 있다. 테슬라의 모델 S는 동급 내연기관차와 경쟁해 2013년 미국 럭서리 세단 판매대수 1위를 차지,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13년 올해의 자동차상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스캔들로 세계가 떠들썩하던 지난달 29일, 테슬라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형 전기차인 ‘모델 X’를 공개했다. 엘론 머스크는 ‘모델 X’ 공개에 앞서 “폭스바겐 사태는 디젤기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제 차세대 기술로 움직일 때가 왔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친환경차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선언한 셈이다.

세계 각국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디젤차를 대체할 미래 친환경차로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회 충전 주행거리 400∼500km의 세단형 전기차를 개발 중이며, BMW는 기존 전기차 i3에 이어 i5를 출시할 예정이다.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차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와 토요타에 이어 혼다가 내년 수소차 출시를 예정하고 있고, 닛산, 포드도 2017년까지 양산차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 사태가 세계 자동차시장을 새로운 변곡점으로 더욱 몰아붙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친환경차량 전략을 디젤차량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하고, 지난 14일 세단인 페이톤의 신모델을 완전 전기차로 출시하기로 했으며, 소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 디젤차에 대한 문제인식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는 2020년부터 디젤택시의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런던 옥스퍼드에서는 버스 운전사들의 파업이 있었는데, 버스운행이 중단되자 질소산화물 농도가 평소의 3분의 1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대기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계 자동차시장이 친환경차 위주로 재편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친환경차 대중화 시대를 열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 국내 출시된 전기차의 가격은 3500만원에서 6900만원으로 정부 보조금 없이 일반인들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이브리드차도 내연기관차에 비해 20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 비싸다 보니 구입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친환경차 구매자에 보조금을 지급해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대표적 친환경차인 전기차에는 대당 1200만원, 하이브리드차에는 1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은 미국과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운명을 갈랐다. 천정부지로 기름값은 치솟는데 크고 화려한 차에 빠져 있던 미국 업체들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반면, 소형차 중심으로 기술력을 축적해 온 일본 업체들은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세계 자동차시장이 다시 재편될 수도 있다. 100여년간 자동차 산업을 지배해온 기업들과 이에 도전장을 내미는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기술력 확보가 우리 자동차 업체들이 살길이라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경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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