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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129>창녕 영취산한껏 멋 부린 화강암릉…산행의 묘미가 쏠쏠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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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0  16: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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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은바위


영취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은 전국에 많다. 유명세로 따지면 우리 고장의 영남알프스 양산 통도사 뒷산 영취산(영축산)과 함양 백두대간상의 영취산(1066m)을 들 수 있다. 타 지역에는 진달래로 유명한 여수 영취산(510m)과 울주 문수산 옆 영취산(352m)이 있다.

영취산 이름이 많은 것은 불교의 영향으로 보인다. 불교에서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법한 고대 인도 마갈타국에 영축산(영취)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우리말에 높다는 의미의 ‘수리’를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영취에 수리 취(鷲)의 뜻을 차용해 쓴 것도 이유다. 높은 산이라는 뜻의 ‘수리뫼’가 수리봉→시루봉이 되고, 수리봉은 매봉→응봉(鷹)→취산(鷲)으로 변했다.

공교롭게도 이 산에도 구봉사라는 절집이 있다. 천길 암벽 아래 작은 공간에다 턱을 물려낸 뒤 극락보전과 대웅전 산신각 등 절집을 지었다. 위태롭기 그지없으나 풍경은 그만이다. 이 절은 영취산 정상에서 등산로를 따라 하산하면서 바라보면 시시각각 모양을 달리하며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창녕 영취산(靈鷲山)은 창녕군 계성면 사리와 영산면 구계리의 경계에 있다. 옛 이름은 수리뫼, 취산(鷲山)이다.

옛 지명인 ‘취산’이 불교가 전파되면서 부처가 설법한 인도 마갈타국의 ‘영축산’과 같은 이름으로 부른 것으로 보인다.

유명산은 아니어도 실제 산행을 하면 솔솔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산이다.

한 겨울 서릿발처럼 삐죽삐죽 솟아난 화강암릉과 기묘한 소나무에 걸린 구름조각이 조화를 이뤄 그야말로 노송괘운(老松掛雲)의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해발 681m에 규모가 작은 편이나 설악산 지리산 못지 않게 암팡진 산세를 뽐낸다.

지리적으로 창녕의 대표격인 화왕산에서 남으로 흘러 관룡산, 영취산에 닿는다. 인근에 같은 이름의 영취산(738m)이 있어 가끔 혼동하는 등산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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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 익어가는 사리마을 고택 앞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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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얌.


▲등산로 사리마을→4은 바위→임도→구봉사→전망대→병봉·영취산갈림길→능선→영취산 정상→동물형상암릉길→육산→사리마을 원점회귀. 휴식시간 포함 약 4시간 소요.

▲창녕 계성교차로에서 계성천 옆으로 난 1080 도로를 따르면 사리마을 정류소 맞은 편 법성사가 이 산의 들머리다.

오전 10시 22분, 인근 주차장에서 사리마을을 관통해 오른다. 기와집 앞마당에는 메밀꽃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가을콩은 황금색으로 변해간다.

고얌이 익어가는 길 옆의 정자를 지나면 큰 바위가 나오는데 이곳이 산행의 기준점이다. 바위에는 4명의 은둔자라는 뜻의 ‘4은(四隱)’ 한자와 함께 지역 유림으로 보이는 박규순, 박한우, 권이갑, 박규하가 새겨져 있다.

바위 뒷편 갈림길에 구봉사 빗돌, 그옆 이정표는 구봉사 1.7km, 영축(취)산 2.3km를 가리킨다.

취재팀은 등산로가 선명치 않아 구봉사 임도길을 택해 오른 뒤 정상에서 만물상 암릉길로 산행키로 했다. 구봉사까지는 절에서 개설한 임도를 타고 급한 길을 올라야 한다. 승용차도 오르기 힘든 된비알인데 주변 너덜과 골짜기에는 칡넝쿨이 덩굴져 여유롭다.

오전 11시 20분, 구봉사 100m 못미친 지점에 절집 주차장. 이곳에 도르래를 이용한 재래식 짚라인(Zipline)이 설치돼 있는데 절에서 사용할 생활용품을 옮기기 위한 시설이다.

개인사찰로 알려진 구봉사는 바위 아래에 있다. 벼랑 아래에 단을 내고 그 위에 집을 지었는데 위태롭기 그지 없다. 인기척은 없고 집고양이 한마리가 다리에 붙어 비비적 거린다.

등산로는 구봉사 뒷뜰 방향. 데크를 설치해 등산로를 정비해 놓았지만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은 탓에 숲이 우거져 주행이 쉽지 않다.

낮 12시, 자연전망대에 닿는다. 바위 위에 전망대를 만들어 맞은편의 서릿발같은 바위 암릉 산세를 잠시 엿볼 수 있다.

능선에 올라선다. 왼쪽은 병봉(고깔봉)방향으로 관룡산과 화왕산까지 가는 등산로. 고깔봉으로 부른 내력이 재미있다.

옛날, 보림사라는 큰 절 뒷산(병봉)에 자손이 흥하는 최고의 명당이 있었다. 그러나 절이 선점하고 있어 무덤 쓸 엄두를 못냈는데 밀양의 권세가문이 상을 당하자 간 크게도 명당에 묘를 쓰기로 했다.

소식을 접한 보림사는 스님들이 진을 쳤고 결국 상여행렬과 맞닥뜨렸다. 이 충돌로 상여는 저녁때쯤 돌아갔다. 이 가문은 십 여일 후 권토중래(捲土重來)했다. 이번에는 보림사측을 속이기위해 영산쪽으로 가짜 상여를, 다른쪽에는 진짜상여를 메고 들어가는 양동작전을 펼친 끝에 가까스로 장례를 마쳤다.

보림사측이 발끈했다. 허를 찔린 스님들은 ‘같이 죽자’며 명당 뒷산에 스님이 쓰는 초대형고깔을 씌워버렸다. 혼인하지 않는 스님의 고깔 밑에 있는 권세가문의 자손이 있을리 없었다. 그 후로 보림사 뒷산은 고깔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고 결국 권세가의 후손은 끊어졌다. 지금도 고깔봉 보림골에는 후손 없는 큰 묵뫼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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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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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정상으로 갈수 있다.


취재팀은 능선 갈림길에서 고깔봉 반대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이제부터는 바위투성길이다. 릿지와 크랙, 바위틈을 비집고 가야 하는데 어떨 때는 배낭이 걸려 옴짝 달싹도 하지못하는 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겨우 빠져나와 뒤돌아보니 지리산 통천문과 비슷한 석문이다.

낮 12시 20분, 정상에 선다. 왼쪽 영축산성터→신선봉→보덕사로 가는 종주코스이며 오른쪽은 고깔봉 관룡산 화왕산의 산물결이 파도친다.

영축산성은 신라의 득세를 막기 위해 쌓은 가야국이 축성한 포곡식산성. 훗날 임진왜란 때도 활용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시간 휴식 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암릉을 탄다. 원점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정상에서 산성방향→신선봉 산줄기를 포기하고 능선을 타야 한다.

이 구간은 정상부에서 아래로 절반 정도가 암반과 릿지 크랙구간으로 산의 묘미를 느끼면서 하산할 수 있다. 누운 것이거나 서 있는 것이나 얹힌 것들 모두 갖가지 동물형상을 하고 있는데 기묘하다.

험한 구간이면서도 숲속에 올망졸망 조형을 갖춘 예쁜 바위들이 조경처럼 돼 있다. 또한 양옆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만만찮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우측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구봉사의 전경을 만끽할 수 있고 좌측 신선봉 구간에는 설악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한 파노라마 절경이다.

암반 암장이 잦아들면 육산으로 얼굴을 바꾼다. 길은 선명하나 크고 작은 나무가 길을 침범해 있다.

더욱이 수년 전 이 산에 큰불이 나면서 거의 모든 나무들이 죽었다. 하얀 뼈대만 남은 수천그루의 고사목이 흉물처럼 서 있어 안타깝다. 돈되는 송이버섯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데 씁쓸한 생각이 든다.

오후 1시 52분, 산아래 옥천호수가 보인다. 호수주변에 가옥과 논밭의 전경이 이국적인 풍취를 자아낸다.

능선길은 어느새 고도를 낮추면서 전망이 없는 숲속으로 들어가버린다. 큰 나무아래에서도 햇살을 받은 관목들만 가을빛으로 물들어간다. 임도가 나타나면 오른쪽 방향에 오를 때 지났던 ‘4은바위’가 보인다. 마을을 관통해 내려서면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을 본떠 만든 탑이 세워진 법성사에 도착한다. 오후 2시 30분.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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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사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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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신선봉 방향으로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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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정상에서 하산하는길에서 만난 최고의 암릉.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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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아래 위태롭게 위치한 구봉사. 영취산 이름을 돋보이게 하는 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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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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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옥천호수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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