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어느 가을날 단풍잎이 주는 교훈
[월요단상] 어느 가을날 단풍잎이 주는 교훈
  • 경남일보
  • 승인 2015.10.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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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지난날 엉키어 굳어지면서도 바르게 살아온 생명들이라 할 수 있는 초록물결들은 결국 가을 찬바람을 받고 아름다운 선홍의 빛으로 생애를 마무리해야 하는가. 가을 단풍으로 그것도 많은 사연과 잊지 못할 그리움 때문에 물위에 떨어진 단풍은 차마 떠나지 못하고 주의를 맴돌 수밖에 없는가. 아니, 맑고 투명한 물만이 저 눈부신 가을의 혼령이라 할 수 있는 단풍잎의 긴긴 사연을 읽어내기 위함은 아닐까?

가을날 탐스럽게 잘 익은 열매들보다는 때 묻지 않고 아름답게 물든 단풍잎이 바로 가을의 혼령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단풍잎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에 스며든 꾸밈이 없는 진실의 빛깔을 보아라. 탐욕 없이 오직 맡은 일을 다하고 살아온 최후의 모습은 결국 저렇게 깨끗한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참으로 고운 사연을 간직했지만 굳이 누구엔가 전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그래서 맑은 물에 차마 떠나지 못하고 머뭇대며 맴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일생 동안의 거짓 없는 참된 그것이 있다면 아마도 탐스러운 가을 열매보다는 한 잎 단풍잎밖엔 될 수 없었던 그 초록의 잎일지도 모른다. 생명의 진실이 그렇게 허무한 작은 단풍잎 한 장이 될지라도. 그 한 장에 스미어든 깨끗하고도 빛나는 선홍의 사연을 어찌 본받지 않을 수 있으랴. 인생의 길에서 단풍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이든 깨닫고 귀 기울려 들으라는 나직한 혼의 울림인 듯 초록이 단풍 되는 이치를 진실로 느끼기를 바라는 건 아닐까?

우리는 왜 많이 가지고 있는데도 자꾸만 더 가지려고 애를 쓰는가. 살아가는 동안 오직 빌려 쓰고 가는 것뿐이라고 자연은 오직 가을 단풍만이 나직이 일깨워 준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평범한 진리가 분명할진대 대자연에 따라서 순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우리는 잊고 살아온 건 아닐까. 우리가 가진 본디의 천성이라 하는 것도 영혼의 방랑 끝에 결국 자연의 섭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모든 생명의 흐름은 자연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가을 단풍의 외침은 메아리가 되어 들려온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혼을 담은 한 폭의 그림처럼 깨끗한 영혼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며 자연의 이치에 익숙해서 살아가는 단풍잎의 아름다운 빛깔처럼 우리의 남은 생애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곱게 물든 단풍잎을 바라보며 이제는 가을볕 같은 쓸쓸한 미소가 아니라 따스함으로 가득 채우고도 남을 아름답고 고운 생각만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되도록 하자.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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