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험생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기고] 수험생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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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전에는 수능한파라 하여 시험 당일엔 몹시 추웠는데 이번에는 포근한 가운데 치러졌다. 지원자수가 지난해보다 1000여 명 정도가 줄어들었지만 적어도 고3 1년간 수험생은 물론 그들 가족에게도 똑같은 절제의 시간이었다. 꽃구경, 피서, 단풍놀이 등 휴가는 물론 취미생활과 심지어는 집안에서 TV보는 일도 단념해야 했다.

게다가 수험생들에게는 계절을 음미한다거나 유행가 등 음악을 듣는 일은 사치였고 노심초사 그야말로 시험이 인생의 전부였다. 마치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디데이를 정해 놓고 헤아려온 날들, 정말 책 외에는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시험을 주관하는 당국도 철통 같은 보안 속에 한 점의 오차도 없이 진행시켜야 하는 국가적 대사임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아직 수능 발표와 학교별 고사 등 대학에 입학하기 까지에는 여러 절차들이 남아있지만 그들에게는 어느 정도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는 시기이다. 이른바 입시지옥을 탈출해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그들에겐 벅찬 기대와 희망의 세월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사회에서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바라보는 시간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매사 행동의 금지원칙에서 가능원칙으로 대전환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금껏 못했던 여행을 한다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본다거나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는 일 등 무한 선택의 자유 앞에 서있다. 드넓은 세상 속에서 웅비의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 끝까지 날아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날기 전에 꼭 기억해 둘 것이 있다. 성인에게는 넉넉한 자유만큼이나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의 세계에도 공공의 안녕과 질서 그리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한 도덕률이 엄연히 존재하는, 그래서 유토피아가 아닌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약간의 일탈이나 해방감을 누릴 수도 있겠으나 사회의 규범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작은 개울이 큰 강물줄기로 합류하는 시점이고 강물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유유히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 인생의 방향키는 어느 누구에게도 줄 수 없고 대신 항해를 해 줄 사람도 없음을 인식하고 대해로 나가기 전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아울러 함께 해준 가족에게 감사하는 시간도 가졌으면 한다. 열심히 공부하며 인내해 온 수험생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서 제도의 틀 안에서 안락과 자유와 행복을 만끽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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