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가을날 쓰고 싶은 영혼의 숨결
[월요단상]가을날 쓰고 싶은 영혼의 숨결
  • 경남일보
  • 승인 2015.11.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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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가을은 누구나 시인이 되고 싶은, 자신의 향기를 찾아서 글쓰기에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곱게 물든 낙엽 한 장도 우리의 마음이고 꿈이며 애타는 그리움일 수 있고 연서이기도 하다. 바스락 소리 내며 쌓인 낙엽을 밟고 걷는 쓸쓸한 저 그림자도 우리가 적절하게 그려내야 할 사연이 아닌가. 계곡의 단풍잎도 바람에 나부낄 땐 헤어질 채비를 하고, 생명을 다해 가면서도 가을 수풀 틈에서 쓸쓸이 미소 짓는 한 떨기 들국화가 삼켜 내는 눈물까지도 우리가 그려내어 써야 할 노래일지도 모른다.

서리치고 찬바람 부는 밤에야 나뭇잎은 붉게 물들고 또 떨어져야 하는 단풍의 슬픔과 희망까지 끌어내어 밭갈이 하고 싶지만, 진정한 감동하나 찾아내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이여, 결국 한때기의 밭에 하나의 고랑조차 만들지 못한 채 헤매고 방황해야 하는가. 붉게 물든 단풍잎처럼 불태우지 못한 푸른 그 시절에도 소리쳐 울어 보지 못하고 참아 온 억울함을 어찌해야 할까. 쓸쓸한 갈바람에 띄워 버리고 말문 굳게 닫아 건 채, 한 구절의 글을 찾아 어딘지도 모를 먼 길을 떠나야 한단 말인가.

써 보고도 써 본 적이 없다는 느낌에 믿음도 생각하는 바 사라져만 가고 어긋난 행동은 다른 모양의 빛깔만 발견할 뿐. 아! 결국 벌레 먹어 찢어진 한 장의 단풍잎에 스며있는 감동조차 토해내지 못해 또 다시 한 구절의 글을 찾아 떠돌이가 될 수밖에 없는 영혼의 광증, 이 증세를 무엇으로 잠재우랴. 헐고 찢기고, 병들고 늙어지도록 자신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방황하면서 어느 끝 막다른 골목까지 가야한단 말인가.

쓸모없는 것도 때로는 소중하다는 걸 믿고 믿으면서도, 실천에는 옮겨 내지 못하는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순수함조차도 잃은 채 살아가는데 과연 무얼 더 구원 받으려 한단 말인가? 아름다운 영혼을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낙엽 한 장도 시간이 지나면 빛 바래어지고, 지나치는 발길에 밟히고 부서져 마침내 나무의 밑거름으로 사라져 버리는 아름다움 마무리가 있거늘. 낙엽 한 장만한 순수도 진실도 없는 우리의 현실이여, 간밤의 서릿발에 사라져 안보일지언정 감히 억울하다고 생각지는 말자.

자연이 위대한 줄 진작 알았지만 불게 물든 낙엽 한 장보다 못한 자신의 부족함에 참으로 못났다 한들 어쩌랴. 봄과 여름을 살아올 때 가을을 미리 생각 했었다면 우리는 분명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으리라. 아니 진실로 말하자면 눈을 감아야 보이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무엇인가를 눈 떠 간다면 어떤 것이 본질적 삶이고 또 무엇이 부수적인 삶인가를 비로소 깨달아 갈 때쯤 아름다운 영혼의 숨결을 노래하게 되리라.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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