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출판기념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12.0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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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
하아무
바야흐로 출판기념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일년 열두달 출판기념회 없는 달은 거의 없지만 유독 연말이면 넘쳐날 정도로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각 문학단체에서 내는 연간지가 일년을 결산하는 의미에서 주로 연말에 몰리고, 개인 작품집도 가을 이후에 결실을 맺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단체의 경우 서로의 성과를 확인하고 오랜만에 만나 친목과 우의를 다진다. 더불어 창작의 고통을 감싸주고 격려하며 저녁을 먹고 술 한잔으로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다. 개인 창작집의 경우 자신의 성과물을 내어놓고 평가받는 자리이므로 여러모로 뜻깊은 자리가 된다. 수금하듯 정치자금을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변질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부터 서너 군데 출판기념회를 다녀왔다. 두 번째 작품집을 내는 시인의 출판기념회는 조촐했다. 여남은 명의 지인들만 참여해 돌아가면서 시인의 노고를 치하하거나 시를 낭송했다. 정말 친한 사람만 초청하고 수가 적으므로 한마디씩 안 할 도리가 없다. 이어 시인이 감사인사를 하고 저녁식사, 그 다음은 술자리로 이어졌다.

호텔 연회석을 빌려 말 그대로 ‘뻑적지근’하게 치르는 이도 있다. 비용이 제법 많이 드니 자신의 재력이 뒷받침되거나 자녀들이 ‘한가락씩’(!) 하지 않는 경우 하기 힘들다. 참석자들도 문인들은 물론이고 사돈에 팔촌까지, 동창회와 각종 친목모임, 정·재계, 공무원들까지 지역사회가 떠들썩하게 주관한 작가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

엊그제 갔던 곳은 문학단체의 출판기념회였는데 그곳도 제법 세를 과시하는 형식이었다. 몇 시간씩 운전해 참석한 원근의 문학단체도 있었고, 지역의 정치인과 공무원도 자리 잡고 있었다. 얼핏 본 총무의 메모지에는 단체명 혹은 참석자의 이름 옆에 돈 액수가 적혀 있었다. 식사도 자못 신경을 쓴 티가 났고 참석자 개개인에게 책 이외에 그럴듯한 선물이 하나씩 쥐어지기도 했다.

대도시의 문인들은 출판기념회를 잘 하지 않는다. 유독 지방에서 출판기념회가 잦다. 그래도 대개 첫 작품집의 경우 많은 이들을 초청해 선보이는 것은 치하를 받지만 여러 권을 내고도 많은 사람을 불러모으려는 출판기념회는 뒷말이 무성하다. 어쩔 수 없어 참석은 하지만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없다. 그런 경우 대개는 책 내용이 헐겁고 빈한하기 마련이다. 작은 밥집에 예닐곱 명 둘러앉아 치르는 출판기념회의 기억은 오래간다.
하아무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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