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90년간 지역봉사 키워 온 한의원
3대 90년간 지역봉사 키워 온 한의원
  • 곽동민
  • 승인 2015.12.13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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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잇는 사람들] 진주 원한의원
 
원호영 원장


진주시 하대동 소재 ‘원한의원’ 원호영 원장은 할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아버지가 이었고, 이제 자신이 이어가고 있다. 3대째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저 한의원을 운영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 아버지가 하셨던 그대로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곳에 투신해 땀흘리는 봉사정신도 함께 이어가고 있다. 동양의학과 함께 첨단설비를 갖춘 원한의원은 현재 대학 재학 시절, 캠퍼스 커플이었던 아내 이선희 원장과 더불어 지역민들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진료하고 있다.



◇1925년 원창한약방을 기억하시나요=원 원장의 할아버지 원준옥 원장은 1925년 ‘원창한약방’을 개업했다. 당시 인삼을 비롯한 주요 한약재의 전국 3대 수급지점으로 성장해 영남 대표 한약방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2대째인 아버지 원종록 원장이 ‘대원한약방’을 개업하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원종록 원장은 경남한약협회 회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3대 원호영 원장은 지난 1994년 한의학 공부를 마치고 고향 진주로 귀향해 지금의 ‘원한의원’을 개원, 현재에 이르고 있다.

3대에 걸쳐 한약방과 한의원을 운영해 왔으니 ‘그동안 모아온 재산도 상당할 듯 하다’고 묻자, 껄껄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원 원장은 “할아버지가 큰 한약상을 하셨기 때문에 당시에 큰 돈을 버신 건 맞다. 하지만 재산을 모으는데는 전혀 관심이 없으셨다. 할아버지는 한약방 옆에 식당을 두고 어려운 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셨고, 1933년 당시 진주에 큰 가뭄이 들자 곳간을 열어 곡식을 모두 내어주기도 하셨다”며 “농사 짓는 사람이 대부분인 진주였기에 수확철이 아닌 이상 돈 있는 사람이 없었다. 대부분 무료로 약을 지어 주고 수확철에 돈을 벌거나 곡식을 수확하면 그 때서야 약값을 받았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사회봉사활동=원준옥 원장에 대한 유명한 일화를 소개했다. 지금의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이 진주를 기반으로 포목업을 하던 1936년. 그 해 여름 진주에 큰 홍수가 나 구인회 회장이 동생과 함께 운영하던 점포가 물에 휩쓸려 모조리 떠 내려 갔다. 하지만 ‘대홍수 뒤에 풍년이 들고, 그렇게 되면 혼수용 포목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 구인회 회장은 친분을 쌓아온 원준옥 원장에게 당시 돈 1만원(당시 쌀 200가마니 수준)을 꾸었다고 한다. 원준옥 원장은 구인회 회장이 착실하고 신용있는 사람임을 알고 선뜻 돈을 빌려줬고, 구인회 회장은 그 덕분에 재기 할 수 있었다.



 
원호영 원장


원 원장의 아버지 원종록 원장 역시 평생 지역을 위한 사회봉사 활동에 매진한 인물이었다. 진주청년회의소 회원으로 활동하며 5대 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바르게살기협회, 진주시생활체육회, 촉석로타리 등 다양한 봉사단체에서 활동해 왔다. 또 지역 유선방송사업자인 서경방송의 대표이사를 맡아 활동했으며, 지난 2007년에는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진주시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원 원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워낙 바깥활동을 많이 하셨다. 어릴 때 부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곳곳을 누비며 힘쓰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버지 보다 못난 아들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두분 어르신들에게 배우고 물려 받은 것은 한약이나 한의학, 또는 물질이 아니었다. ‘주변에 덕을 베풀고 좋은 업을 쌓아야 한다’는 정신적인 유산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80~90대 어르신 중에는 할아버지 이름을 언급하시며 ‘어릴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찾아오시는 분도 종종 있다”며 “그럴 때마다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사회봉사활동은 대를 물리고 싶어요”=원호영 원장 역시 체육단체는 물론 사회단체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땀흘리고 있다. 세대를 이어오는 집안의 전통이나 마찬가지라고 소개했다.

원호영 원장은 “처음에는 한의원 운영에 많은 공을 들였었다. 차츰 한의사협회 등 전문분야에서 사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경남정구연맹과, 생활체육자전거연합회, 이후 사이클연맹 등 체육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또 장인·장모님이 이북 출신이시라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활동도 병행하게 됐다. 아버지 만큼 잘 하지는 못해도 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끔 열심히 활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의원 역시 지역에 나이드신 분들은 물론 한의학이 필요한 젊은 사람들도 신뢰할 수 있는, ‘100년의 믿음’을 줄 수 있는 의원으로 꾸려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를 이어 물려받은 유산이 ‘주변에 덕을 베푸는’ 봉사정신이라고 말하는 원호영 원장은 “욕심 같아선 4대까지 한의원을 이어가고 싶지만 시험이 워낙 어렵다 보니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곽동민기자 dmkwak@gnnews.co.kr



 
원한의원 전경

[대를 잇는 사람들] 진주 원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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