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연말도 새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월요단상] 연말도 새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 경남일보
  • 승인 2015.12.0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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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연초록으로부터 푸름을 자랑하던 자연의 색깔도 겨울에 와서는 빛을 바랠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색깔도 때가 되면 제 바탕색을 잃어가듯, 인간의 삶도 자연과 무엇이 다르랴. 살아있는 그 어떤 목숨일지라도 마지막이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 겨울에 와서야 시들어 버린 풀포기를 보고 느끼면서 나만은 영원히 살 수 있을 듯 잊고 살았던 잘못된 생각에서 깨날 수 있는 건 겨울이라는 계절 때문은 아닐까?

살다보면 계절에 대한 고마움을 어찌 생각지 않을 수 있으랴. 연초록으로 피어나던 봄철과, 뜨거운 여름과, 결실의 가을만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해준 겨울이라는 계절이여! 이렇게 깨달을 수 있게 되어 고맙고, 또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 그대의 고마움을 어찌 잊으리까. 한해의 마지막도 연말로 끝나지 않고, 바라는 바 못 다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새로운 한해로 다시 살게 해준 사실에 진실로 고마움을 표하리라.

살아온 한해가 괴로움의 나날이었다 해도 연말에 와서는 고마움을 느낄 수 있길 바라자. 지난해가 쓰디 쓸 수밖에 없는 과정이었지만 그래도 큰 꿈을 꿀 수 있는 시야를 넓히지 않았는가. 때로는 볼 수 없었던 걸 볼 수 있었고 또 읽어낸 까닭에 눈앞의 것들에 속 태우며 조급하지 않고 애쓸 일도 줄일 수 있었다 생각하자. 바라는 게 힘들어도 새해부터는 더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용기에 차라리 고마움을 표하고, 늘 감사하다는 넓은 가슴을 지닐 수 있기를 바라자.

따뜻한 마음과 사랑의 가슴이면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 모두가 아름답고 신비롭고 감사로 생각해야 하듯이, 그런 가슴으로 아름다운 진주의 모습을 바라보자. 우리와 함께하는 저 우뚝 선 망진산과 휘어지며 시내를 가로지르는 남강물…. 그 강물이 촉석루 앞에 와서는 마치 논개의 연서이듯 차마 떠나지 못해 맴돌고 있지만, 결국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 자리를 떠나야 하듯, 우리 모두 보낼 건 보내고 맞이할 건 맞이하자. 새로운 365일 받아들고 새해에는 겸허한 자세로 뜻있게 살아가길 바라자.

눈발이 펑펑 내려 덮여 남강물이 꽁꽁 얼어도 강물은 쉼 없이 흘러가야 하듯 얼어붙은 이 겨울에도 어딘가 숨 쉬며 오는 봄을 꿈꾸는 생명이 있듯이, 우리도 그럴 수 있길 바라자. 남들이 못보고 느낄 수 없는 하찮은 것에도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서는, 허실이 없는 생활은 우리 인생도 알차다는 걸 믿고서 실속 없는 생각이야 벗어놓길 바라자. 새해에는 자신의 모습에서 귀중한 걸 찾아내어, 오직 자기만의 생활로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그러한 한해가 되길 바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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