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에 대하여
마무리에 대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5.12.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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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수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한철수
12월 31일은 그레고리력으로 365번째날이다. 마무리라는 단어가 일년의 마지막날인 오늘만큼 어울리는 날은 없다. 그러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기록’이라고 정의했다. 학문이나 기술, 직업이나 의견 어떤 부분에서든 본위인 아가 있으면 아와 대치되는 비아가 있다. 아에 대한 비아의 접촉이 빈번하고 심할수록 비아에 대한 아의 투쟁도 더욱 맹렬해 인류사회의 활동이 멈출 때가 없고 역사의 전도도 끝날 날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만 해도 그렇다. 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그렇고 야당내에서도 주류와 비주류의 대립속에 비주류내에서도 새로운 계파가 생겨나고 분화되는 과정이 그러하다. 여당 역시 친박과 비박의 대립속에 놓여 있고, 노사간의 관계 역시 아와 비아의 대립으로 점철되고 있다. 대립과 투쟁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지혜가 아쉽다.

#원효는 화쟁(和諍)이라는 화두를 통해 다툼은 우리 마음이 너무 적어서 생기는 것이고 마음이 적은 것은 상념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며 상념은 필요한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에서 온다고 했다. 이 다툼을 없애기 위해서는 모두 다 틀렸기에 타당한 것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모두 다 맞기에 포용하면서 언어로 상처주지 않도록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은 투쟁이 아니라 화쟁이어야 하며 거느릴 통(統)이 아니라 통할 통(通)으로 대립보다는 화해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

#화엄사상의 요체는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갈증을 못이겨 마신 물이 해골속에 든 물이었다는 원효의 깨달음이나 좋은 생각을 가지면 좋은 일이 생기고 나쁜 마음을 가지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믿음이 화엄사상이다. 세상사 어지럽고 고달프더라도 행복하다고 여기면 행복한 것이고 불행하다고 느끼면 불행한 것이다. 신념은 창조력이라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일체유심조는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우리 인생과 사회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하는 희망의 신념이다. 모든 대립과 반목과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우리 모두 그런 믿음과 신념으로 오늘을 마무리하자.
한철수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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