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을 여는 시] 그대여 (주강홍 시인)
[신년을 여는 시] 그대여 (주강홍 시인)
  • 곽동민
  • 승인 2015.12.31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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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을 여는 시] 그대여


한 아름 희망을 보듬고 나서셔서

어둠의 껍질을 벗기고 빗장을 박차며

환한 세상을 함부로 여시는 그대여

새들의 눈을 틔우고 풀뿌리에 입김을 주시고

쪼개고 포개어도 다 나눌 수 있는 넉넉함으로

분별과 걸림이 없이

고요의 세계에 더 고요롭게 다가오는 빛의 그대여

옷섶 깊숙이 스며들어 온 몸을 데우는 온기는

노동의 시린 손끝에서부터

위정자의 머리끝까지

골고루 혜은을 나누시는 거룩함으로

인동의 계절 뒤에는 머지않아 싹을 돋우고

나무는 더욱 번창하여 꽃을 피우며

과육은 융숭히 배부를 것을 언약하시는 의로움이여

어느 가지 끝에 머물러도 쉬이 속내에 귀 기울어주시고

찾는 이마다 손길로 다가오시어

이 반도의 땅 어디에도

낯설지 않는 푸근함으로

속절없이 어깨 다독이는 은혜로움으로

오늘 또한 당신께서 밝히는 만상이 더욱 번영하시어

기다리는 이를 만나게 해주시고

기도하는 자에게 길을 일러주시고

구하는 자에게 원하는 것만 큼 주시고

노력하는 자에게 그 충분한 대가를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얻은 이가 감사할 줄 아는

지혜이게 하시어 당당한

이 한해가 당신과 함께 충만히 살아가게 하소서.



지은이: 주강홍

프로필: 진주문협회장 역임

경남문인협회부회장 역임

형평문학제 운영위원장

진주문학상 운영위원장

시집 : 망치가 못을 그리워할 때



 
주강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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