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5 (57)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5 (57)
  • 경남일보
  • 승인 2016.01.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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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김지원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5 (57)

쾌남은 애맨 뺨따귀를 불이 나도록 얻어맞았다. 아니라고, 결코 그런 뜻은 없었다고 변명하는 족족 어린 게 앙큼하다는 둥 자기들 마음대로 지어 낸 온갖 추측에 맞춰서 꼬집고 구타를 했다.

쾌남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당하고만 있어야하는지, 자신을 꼼짝 못하게 하는 힘, 그게 무엇인지도 모를 큰 압력을 극복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이 억울하고 서러웠다. 같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 그 여드름쟁이를 죽이고 싶었고 그들 가족이 사는 집에 어서 천둥 번개 불벼락이라도 떨어지기를 바랐다.

다음 날 호출되어 온 엄마마저 쾌남의 억울한 하소연은 들어보지도 않고 딸자식 잘못 가르친 죄라며 무조건 코가 땅에 닿도록 빌기만 했다. 쾌남은 조막만한 옷 보따리와 가슴에다 또 하나의 송곳이 박힌 것 같은 아픔을 끌어안고 그 집을 나왔다.

그나마 초라한 심정을 위안해준 것이 있다면 숨어서 보고 있는 여드름쟁이의 비겁한 상판을 노려보며 한껏 경멸의 눈총을 쏘아준 강한 자신의 결심이었다.

‘너 같은 사내새끼하고는 절대 상종을 않는다. 머슴애 자식들은 모두 지옥으로나 가라.’

그리고 자신의 체면만 지키느라고, 억울한 자기 딸자식에게는 아무런 보호막도 되어주지 않는 무정하고 위선적인 엄마의 등에 대고도 슬픈 맹세를 새겼다.

‘앞으로 내 문제로는 내 스스로 해결하지 도움을 받기 위해 당신을 부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무작정 상경을 했다. 그 후 가족들과 가까스로 연결되기 까지 양지는 고향이나 부모형제를 깡그리 잊다시피 살았다. 산천도 변한다는 10여 년 간이었다.

회상으로 잠시 몽롱해진 양지의 의식을 비집고 현태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쩔 셈이야, 본가에다 연락을 해야 창규한테 알리지?”

‘분만실’ 큼직한 검은 글씨가 저 쪽 출입구 위에서 양지로 하여금 어떤 결단이 있기를 재촉한다. 현태의 제안은 정남이 해산한 후 아이의 장래를 염두에 두고서이다.

“본가?”

현태의 말을 되씹자 양지의 입에서는 픽 비웃음이 나왔다. 양지는 이미 그 쪽을 정남과의 관계에서 지운 지 오래였다.

간간이 안겨 나와 창밖의 가족들께 선 보여서 조부모와 아빠 엄마를 기쁘게 하던 축복 받은 신생아들의 면회 시간도 지났다. 이제 산부인과의 복도에는 양지와 현태 외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뜸했다. 간헐적으로 들리던 정남의 비명도 잦아 든 듯이 괴괴해졌다.

“난산입니다. 산모가 워낙 허약해서요”

양지의 물음에 짧게 대답하며 간호사는 어디론가 급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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