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축원의 메시지
[교단에서]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축원의 메시지
  • 경남일보
  • 승인 2016.01.0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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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시인· 하동화개초왕성분교장 교사)
사범대학 졸업반인 딸아이가 서울 노량진으로 이사를 갔다. 임용시험을 위해 고시촌으로 들어가는 행렬단에 낀 것이다. 낭만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바쁜 대학생활을 보내고 취업전쟁으로 우리의 젊은이들이 너무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필자의 경우는 대입만 치르고 나면 취업이 대다수 보장되는 시대였다. 교직도 대입을 통과하고 나면 졸업과 동시에 임용이 돼 여유 있는 시간 속에서 교단에서의 꿈과 희망을 가꾸고 키우는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교단에서의 설렘을 안고 꿈과 희망을 일구기보단 오로지 임용되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매진하는 삶을 살아가다보니 척박하기 이를 데가 없다.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시드는 듯한 젊은이들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매번 맞이하는 새해이건만 누구나 그렇듯이 새해에는 각각 또 다른 희망을 품는다. 곳곳의 해맞이 장소는 희망을 갈구하는 인파로 북적대고 새해의 다짐과 기원과 소망들이 겹겹이 쌓이기만 한다.

도종환 ‘덕담’ 시가 떠오른다. ‘지난해 첫날 아침에 우리는/희망과 배반에 대해 말했습니다/설레임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데/두려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산맥을 딛고 오르는 뜨겁고 뭉클한/햇덩이 같은 것에 대해서만/생각하지 않고/울음처럼 질펀하게 땅을 적시는/산동네에 내리는 눈에 대해서도/생각했습니다/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대한 그리움과/느티나무에 쌓이는/아침 까치소리 들었지만/골목길 둔탁하게 밟고 지나가는/불안한 소리에 대해서도/똑같이 귀기울여야 했습니다/새해 첫날 아침/우리는 잠시 많은 것을 덮어두고/푸근하고 편안한 말씀만을/나누어야 하는데/아직은 걱정스런 말들을/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는 붉은 원숭이의 해로 붉은색은 음양오행 중 불에 해당한다. 생성과 창조, 정렬과 열정, 적극성을 뜻하고 있어 불이 번지듯 기운이 번창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파리한 낯빛의 우리시대 젊은이들이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충분한 취업의 장이 마련돼 복사꽃빛 혈색이 돋는 따뜻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꾀가 많고 재능이 많은 동물인 원숭이해를 맞아 올해 우리의 경제 사회 문화와 정치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서 식상함을 거듭하지 않는 변화무쌍한 꿈이 이뤄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최숙향 (시인· 하동화개초왕성분교장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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