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6 (69)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6 (69)
  • 경남일보
  • 승인 2016.01.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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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김지원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6 (69)

불쑥, 몽둥이처럼 끼어든 목소리에 놀라 언뜻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전화기를 든 하양이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데…. 습관이 됐나. 물음이 열없어진 양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발육장애로 쥐나 개구리의 그것처럼 보이게 아주 짧게 붙어있는 수연의 왼팔. 하양이 들고 있는 전화기가 마치 그 괴물 같은 아이를 데려와서 내미는 것 같다. 기형적인 장애를 가진 여자아이의 장래는 어떤 길로 연결되어있을까. 제 어미 정남을 방치했듯이 그래서는 안 되지 않나. 그 애 수연의 장래문제는 어느덧 양지의 일상적인 고민이 됐다. 회피하고 싶어도 도망 갈 데가 없었다.

안면이 굳어지고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혹시 바라던 대로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은 아닐까. 그렇지만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았다. 양지의 이런 망설임을 보고 하양이 싱긋 웃었다.

“사장님 댁 추 씨 아줌마예요, 어서 바꿔 달래요”

전화를 받자 대뜸 추 여사의 걸걸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최 실장이야? 참 말 안 듣네. 와서 밑반찬도 좀 가져가진 않구. 퇴근하고 올 테야?”

엄마처럼, 좀은 주제넘게 정을 많이 베푸는 사람이다.

“일이 좀 있어서 곤란해요. 당분간 뵐 수도 없겠고”

“왜, 나도 꼭 할 얘기가 있는데, 아니야 열 일 제쳐놓고 꼭 와야 해”

또 그 얘기겠지 싶었으나 모른 척 했다.

“무슨 얘긴데 그러세요? 지금 하면 안돼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내 얘기가 더 급하니까 지금 올수 없는 거야?”

저쪽에서 전화를 끊으려는 눈치다. 양지는 다급하게 소리치며 바른 쪽 귀로 송수화기를 돌려 댔다.

“아녜요, 아주머니”

“참내, 노처녀가 시집가는 일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게 어딨어”

“그 얘기라면-”

양지가 대수롭잖게 나오자 이번에는 추 여사의 음성에 꼿꼿하게 심이 박혔다.

“저런 하고는. 사장이 뭐라고 안 해? 뭐 별다른 눈치도 안보였고?”

“사장님이 무슨……”

“거 보라니까, 내 얘기가 궁금하면 저녁 때 꼭 와”

또 전화를 끊을 셈이다. 양지는 전화에 매달리듯 간절한 음성을 지었다.

“아줌마, 지금 도저히 그럴 형편이 못돼요. 이유는 담에 얘기할께요. 하시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지금 하세요. 들을께요”

“그래, 그럼 아무 말 말고 듣기만 해. 전에도 말했잖아. 사장이 병훈이 결혼을 서두른단 말이야. 중매가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어. 미스 김도 매일 와서 알랑방구를 뀌고. 아,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 집 며느릿감이 양지 말고 또 누가 있어. 얼마 전에 내가 그런 말을 했더니 사장 말이 두고 보자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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