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6 (70)
“눈치가 저울질을 하는 거야. 내가 막 화가 나는 거 있지. 고물점 비슷한 철물장사로 시작한 거 누가 모르나. 자기가 언제부터 상류사회 귀족층이라고. 개구리가 올챙잇적 잊어먹어도 유만부동이지. 몸뻬 입고 쓰리빠 찔찔 끌고 양지한테 같이 일하자고 다니던 일 내가 증인 아냐. 형제처럼 동지가 되어서 한 번 일어서 보자고 빌듯이 한 사람이 누군데-“
숨이 찬 듯 잠시 추 씨의 말이 중단되었다.
”그 일이라면 ……“
양지는 느긋한 음성으로 추 씨의 흥분된 들뜬 음성을 눌렀다. 산부인과에서 정남이가 사라진 날, 그래서 더욱 생생하게 기억되는 미스 김과의 식사 자리. 재래시장 먹자골목에 있는 순대국밥 집에서였다.
점심은 미스 김이 먼저 제의를 했다.
기름때로 절은 탁자 위에 훔친 지 얼마 안 되는 물행주 자국이 상기도 번질거리는 순댓국밥집 탁자를 사이에 두고 둘이 마주 앉았다. 습관 되지 않은 낯선 분위기에 좌불안석인 미스 김은 사람이 들어 올 때마다 자리를 고쳐 앉고 주방 켠에서 스르르 국냄새 푸진 김이 흘러 올 때도 호흡을 어쩔 줄 몰라하며 연신 눈살을 찌푸렸다. 식사를 하러 들어오던 사람들도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손님인 두 아가씨에게 한 번씩 눈길이 머물다 돌아갔다.
”우리 오늘은 전내기로 주쇼“
자리에 앉은 남자들이 큰소리로 주문을 하자 미스 김이 눈으로 물었다. 전내기가 뭐죠? 양지는 입귀를 길게 늘이며 짧게 답했다.
”진국을 말하는 건데, 곰국을 끓여본 적 없으면 모를 수도 있죠“
양지는 더 천연스러운 동작으로 주전자에 든 물을 부어 미스 김 앞으로 놓아주고 수저통에서 꺼낸 수저도 앞앞으로 챙겨 놓았다.
”이런 데 처음이죠? 먹어보면 여간 구수하고 깊은 맛이 아녜요. 세상의 깊이를 알려면 시장을 헤쳐 다녀 보라는 말도 있잖아요. 비록 간접체험이기는 해도 삶의 희로애락이 진솔하게 농축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 나온 말이겠죠. 저 할머닌 저 투박한 국솥과 친해서 아들 딸 사 남매를 대학까지 가르쳤다고 자부심이 아주 대단해요. 저기 손님 머리 위로 기둥 저쪽에 있는 사진 보이죠? 아, 여기서는 자세히 안보이지만, 할머니의 장남이 미국에서 박사 학위 받을 때 찍은 거래요. 미국 대통령 케네디의 아버지가 하수도 공사장의 인부가 되어도 세계 제일만 되라고 아들을 가르쳤다지만, 몰라서 그렇지 그에 못지않은 부모들 우리나라에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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