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6 (71)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6 (71)
  • 경남일보
  • 승인 2016.01.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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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김지원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6 (71)

의외란 듯, 사진 쪽으로 뻗어 갔던 미스 김의 시선이 주방으로 돌아가 바쁘게 나대는 국밥집 할머니에게서 돌아오지를 않는다.

양지는 자신이 마치 미스 김을 굴리고 노는 듯해진 고양감으로 여유있게 물었다..

“혹시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었던 것 아니에요?”

놀란 듯 후딱 고개를 돌리는 미스 김을 향해 양지는 끄지 않은 잔잔한 미소를 보냈다.

“여기서…?”

“괜찮아요, 무슨 말이든”

“아녜요,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런 데서 꺼낼 성질도 아닌 것 같고…”

“사실은 제가 좀 시간이 없어요. 달리 틈을 낼만한 여유도 없고 해서 겸사겸사 이리로 모셨는데…”

“그렇잖아도 요즘 몹시 분주해 보였는데, 혹…. 얘기해서 안 되는 일인가요?”

“뭐 그런 일이 따로 있겠어요. 사람 사는 일이란게 다 방식이 다르니까. 그저 말하고 싶지 않을 뿐이죠”

그 사이에 국밥 뚝배기가 날라져 왔다. 어떻게 먹을지 몰라 곤혹스러워하는 미스 김에게 이것도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음식이라는 것을 주지시켜 주고자 간 맞추는 것을 도와주고 양지 자신이 먼저 국물을 떠먹었다. 숟가락을 들고 양지를 바라본 채 미스 김은 그냥 앉아 있었다. 표정이 굳어있었다. 안정되지 못한 눈동자 위에 초조감도 느껴졌다. 미스 김은 수저를 만지작거리다가 어렵사리 본론을 꺼내었다. 말하지 않고는 음식을 먹기는커녕 앉아있지도 못하겠는 모양이다.

“병훈 씨 말인데요”

예상했던 대로였다. 양지는 기껏 그거였느냐는 듯 소리 나게 웃어주었다. 그리곤 곧 웃음을 걷고 정색을 해 보였다. 너무 갖고 노는 것 같아 미안해졌다.

“내가 어떤 대답을 해주기를 바라는데요? 전 미스 김이 자존심도 없이, 오해 마세요, 미스 김의 수준이 우리 회사와는 상대가 안 된다는 뜻이니까요. 우리 사무실로 출근할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어요. 뭘 망설이는지 모르겠어요. 자신 있으면 소신껏 추진하면 되지 않겠어요?”

활짝 밝아진 얼굴로 빤히 바라보며 미스 김이 되물어왔다.

“그 말뜻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지…?”

양지는 다시 큭큭큭 웃었다. 은근하게 자신이 밴 음성으로 말했다.

“문제는 본인의 뜻 아니겠어요? 병훈 씨와 뜻만 일치한다면, 예로 들어 어머니인 사장님이 반대를 한대도 문제 될 게 뭐있어요”

저 따위, 온실의 꽃처럼 자라난 미스 김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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