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7 (81)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7 (81)
  • 경남일보
  • 승인 2016.02.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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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김지원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7 (81)

학교 교육이나 사회생활의 시야가 넓게 개방되어 있지 못하던 시절.

그나마 양식 있는 집 어른은 일부러 사랑하는 자식에게 쌀 한 말 어치 객지 생활을 시켰다고 했다. 부모에게 전달받은 가풍으로 길러지는 것이 자녀교육의 대부분이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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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경우는 아들들에게 주어지는 기회였을 뿐 귀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로 순종을 강요당하던 여식들은 가장의 엄명으로 어머니의 모든 음덕을 익히고 답습하게 되어있었다. 이른바 철저한 가부장의 내자 노릇으로 쳐져앉기를 강습하여 잘 키운 딸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큰 딸 성남을 비롯한 최씨 네 딸들은 절대 순종적이지 않았다.

‘난 절대로 엄마처럼은 안 살 거다’.

속으로만 그런 다짐을 하는 양지나 정남과 달리 호남은 대놓고 그렇게 호언장담을 했다. 걸걸하고 쾌한 목소리는 일도양단의 박력으로 통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도 저촉 받지 않고 자신의 삶은 스스로 개척하리라는 선언 또한 진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저돌적이고 당당한 성격의 호남은 첫아이 주영을 낳은 지 한 달 만에 복강경 수술을 감행했다. 아주 단산조치를 한 것이다.

‘옴마 닮았으면 멘스도 없이 뒤통수치듯이 입덧 먼저 할 거 아이가.’

억장이 무너져 아무 말도 미처 못 하고 있는 어머니의 입을, 빗장 지르듯이 약점으로 봉창을 했다.

‘저거, 남의 집 며느리가 돼 갖고, 저 경거망동을 우찌할꼬오 쯧쯧쯧.’

어머니는 아뜩한 표정으로 보꾹만 쳐다 보았다했다. 엄마가 아주 목석이 된 줄 알았다고 호남이 스스로 양지에게 그 때의 분위기를 들려주며 남의 일처럼 양 하하 웃었다.

호남의 파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행동은 걸핏하면 살림살이를 팽개치고 가출을 해버리는 바람벽이었다.

한번은 식구들과 나누어 먹을 죽을 끓이다 주걱도 뽑지 않고 집을 나와 불이 날 뻔 한 적도 있었다. 지난 해 가을만 해도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시어머니와 싸운 뒤 온다간다 말도 없이 집을 나와 버린 것이다. 현금이 든 온라인 통장이며 패물을 몽땅 걷어들고 나온 것이 그 집에는 영 들어가지 않을 듯했다. 거풍해서 매상을 해야 되는 벼는 멍석에 널어놓은 채였으며 다음날은 비닐하우스에다 봄배추를 심기 위해 삯일꾼까지 짜놓았다.

언젠가 양지가 동석한 자리에서 여자의 본분을 주지시키며 어머니가 생각 없는 행동이라고 가출을 나무라자 호남은 버럭 역정을 내며 쏘아붙였다.

“어릴 때부터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한 말이 뭔지 언니는 아나?, 꺼꾸리?, 더풀개?, 날 때 꺼꾸로 나서 하는 행동도 돼지 뒷발톱 어긋나드키 선머스마질 한다꼬 놀리는 소리?, 천만에, 그게 아이고 반머스마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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