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7 (82)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7 (82)
  • 경남일보
  • 승인 2016.02.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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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김지원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7 (82)
 
“아를 하도 많이 낳다보니 인자사 확실히 기술이 익었나 보다고, 저기이 꼬치만 하나 달고 났시모 영낙없는 머스만데, 아깝다 아깝다 하고는 또 내가 욕심이 많아서 터를 팔기 싫었거나 해망쩍어서 꼬치소쿠리를 엉에다 떤지 삐맀나 물어놓고는 사람들이 얼매나 웃어댔는지 그 자리에서 귀신맹키로 팍 사라져 뻐리고 싶었다카모 말 다했제. 대관절 머스마새끼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기라꼬. 다행히 키 작은 것하고 아장아장 걷는 걸음걸이는 안 닮았지만 모전여전이라는 말도 찰거머리맹키로 내 머리 속에서 안 떨져 나가더라. 운명마저 닮을까봐 싹다 겁이 났어.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더 성격부터 바꿀라꼬 애썼어. 일부러 실수를 저지르고, 반성할 줄 모른다꼬 욕을 먹으면서도 더 뻔뻔스럽게 굴었고…”

이제는 제 2의 천성이 굳어져 저도 어쩔 수 없다했다.

힘에 부치는 농사 일로 자신을 혹사시키는 것도 가슴에서 수시로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치는 열화를 누르기 위한 방편일지 모른다고 도 했으며 어릴 때 집에서 부모들이 좀만 따뜻하게 감싸주고 인정해 주었던들 그렇게 뻗나가지는 않았을 거라고도 자기진단을 했다. 그 말은 비단 호남의 넋두리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으로든 어떻게든 인정받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성남언니 때부터 내려 온 딸들의 슬픈 욕구.

호남은 여의치 못한 환경 속에서도 남아있는 딸 셋 중에서 가장 효녀 노릇을 한다.

어머니는, 제발 나한테는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으니 너의 시어머니, 남편에게나 잘하라고 얀정없이 퇴박을 놓았지만 별로 노엽게 듣지 않았다. 배짱 두둑한 사내들의 표정처럼 늠름하게 쓱싹 넘어 가면 뒤끝이 없어 재감없다는 핀잔은 지금도 달고 산다. 가장 진하고 적극적으로 어머니를 향한 은원을 풀며 사는 셈이다. 사돈댁에 면목 없어진 어머니는 사위를 불러놓고 물리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호남을 다스려보라고 부추겼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장모님, 저는 주영이 엄마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합니더. 생각해 보면 그 사람도 참 불쌍한 사람이라예.”

“잘한다, 못된 것들”

어머니는 혀를 끌끌 차며 할 말을 줄였다고 했다. 속으로 무척 고마운 사위였다. 그들은 중학교 동기동창이었고 연애결혼을 했다. 호남이 역시 가출했다가 매번 집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주영이 보다 먼저 그 착하고 이해심 많은 남편에게 배신의 쓴맛을 보이고 상처를 주는 죄악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했다.

하지만 호남의 말은 자의식이 유난히 민감한 탓일 뿐 실제하고는 많이 달랐다. 겉모습이 닮아서 운명마저 내림이 될까 두렵다면 그건 양지와 정남의 몫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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