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02.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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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最古 어묵 제조업체 부산 삼진어묵
1950년쯤에 일본에서 어묵 제조기술을 배워온 박재덕씨는 부산 영도구의 봉래시장 입구의 판잣집을 빌려 어묵을 만들기 시작한다. 봉래시장에 터를 잡게 된 것은 주변에 인구가 많기도 했거니와 재료의 수급이 용이했기 때문이었다. 박재덕씨의 어묵 공장은 한국 전쟁으로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몰려들자 호황을 맞게 되는 데, 판잣집으로 시작한 어묵공장을 1953년에 삼진식품이라는 번듯한 상호를 지니게 된다. “남는 게 없더라도 좋은 재료를 써야 한데이. 다 사람 묵는 거 아이가!” 60년 전에 삼진어묵을 창업한 박재덕씨의 철학이었다. 이러한 경영철학은 2대를 거쳐 3대로 대물림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확고하게 관철되고 있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에도 ‘어육 비율 70% 이상’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유통 마진이 높은 대기업의 OEM이나 대형 유통 마트와는 거래하지 않고, 전통 시장과 직접 판매를 통해 질 좋은 어묵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어묵은 일본에서 무로마치 시대 중기에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본어로는 카마보코(かまぼこ)라고 하는데, 흰 살 생선을 잘게 갈아 약간의 밀가루를 넣어 뭉친 반죽을 찐 음식을 말한다. 이 찐 어묵은 일본에서 귀중한 날 행운을 상징하는 생선인 도미를 사용하는데, 도미가 없을 경우에는 흰 생선살을 반죽해서 도미형태를 만들어 쪄서 사용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귀족들이 주로 먹어 특수음식으로 발전한 반면, 한국의 경우는 일제 강점기에 전해져 만들기 쉽고 저렴한 튀긴 어묵으로 발달하게 된다. 어묵은 으깬 생선살을 반죽해서 굽거나 찌거나 튀긴 음식을 말하는데, 오뎅은 어묵과 무, 곤약 등을 함께 꼬치에 꿰어 국물을 끓여내는 요리를 말한다. 말하자면 오뎅은 찐 어묵으로 만든 탕 형태의 요리인 셈이다. 부산 어묵의 역사는 개항과 더불어 일본인들이 대거 정착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1905년 우리나라 최초로 개장된 공설시장인 부평시장에는 시장 안이나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만들어 파는 곳이 많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세운 최초의 어묵공장은 부산 부평동시장에서 시작한 동광식품(창업주 이상조)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어묵 공장은 1953년에 일본에서 어묵제조 기술을 배워 온 박재덕 씨가 영도 봉래시장 입구에 설립한 삼진어묵이다. 때마침 한국전쟁이 발발해 피난민이 대거 부산으로 유입되자 어묵 생산은 호황을 맞기 시작한다. 어묵이 많이 팔리면서 부산에는 많은 어묵 공장들이 생겼고 어묵 생산의 부흥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즈음 동광식품과 삼진어묵의 공장장 출신이 합작해 영주동시장에 환공어묵을 설립하게 된다. 1950년~1960년대에 미도, 환공, 삼진, 동광, 대원, 영진등의 어묵 제조 공장이 생겨나며 어묵업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되는데, 대기업 제품으로는 1985년 삼호 F&G에서 만들었다. 이때 ‘어묵’이라는 이름을 처음 썼다. 1990년대 초에 이른바 ‘부산어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마차에서 먹는 어묵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부산어묵은 앞의 부산어묵과는 달리 길쭉한 모양의 어묵을 부르는 말이 되었다. 60년 이상의 가장 오랜 전통을 유지해온 삼진어묵은 현재 대표인 박종수(창업자의 아들) 사장과 6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20~30년 이상의 수제어묵 장인들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삼진어묵은 밀가루의 양은 줄이고 생선살의 함량은 70% 이상을 넣은 뒤, 돌호박(돌절구)을 사용하여 반죽을 할 때에 열이 나지 않도록 하여 맛이 좋은 어묵을 만들고 있다. 주요 고객 및 손님 유형은 수십 년 단골과 40~50대 주부층으로 대별될 수 있다. 2010년에 국내 최초로 자동화 생산 시설을 갖춘 어묵 제조 공장을 부산광역시 사하구 장림동 1081-4번지에 세웠다. 삼진 식품의 인기와 신뢰의 비결은 현대화된 설비를 갖춘 생산 라인을 새롭게 구축하고 맛과 질은 물론, 위생 면에서 타사의 어묵과 차별화된 어묵을 대량으로 보급하며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경상대학교 경영학과



삼진어묵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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