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서낭 길
[독자시] 서낭 길
  • 경남일보
  • 승인 2016.03.0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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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시] 서낭 길

고갯마루 서낭 길섶에

내 지내온 삶의 업보를

돌 하나 또 하나 위에 쌓아 놓았다.

지난날의 잘못을 손 모아 빌고

용서를 구하고 좋은 날을 주십사

거두어 가시는 날 좋은 곳으로 보내 주십사고.

처음부터 지어진 삶인데 우리가 어찌

내가 할 수 없는 일인데도

길 모퉁이에 돌무덤이 또 보인다.

나약한 인간 배움이 적어 우매하고

생각이 짧아 어둠길 걸으니

걷는 걸음마다 어찌 오솔길 아니랴.

욕심 없이 하늘 올려보며

허공인 양 죽음인 양 그냥 놓아버리면

두 손으로 받아줄 사람 있으려니

헛된 마음 쓰지 말고

당신을 믿음으로

기쁘게 손을 놓아라.

/정기성·진주시 신안들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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