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산을 오른다는 건…
[월요단상] 산을 오른다는 건…
  • 경남일보
  • 승인 2016.01.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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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수필가)
산을 오른다는 건 자연과 더불어 건강을 되찾고 인생의 길을 모색하기도 하지만, 자연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면서 인간의 한계를 판단하기 위한 도전이기도 하다. 자연은 인간으로 하여금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와 일에 대한 재능의 한계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며, 또한 산 앞에 자만하지 않을 때 산은 친구가 되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기도 한다. 산에서 내뿜는 기운,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와 산의 내음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 새로운 활력을 줌으로써 우리의 생명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모름지기 자연에는 저마다의 소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나무가 있기 때문에 주변의 그림자와 함께 바람소리 들려오고, 꽃이 있으므로 해서 아름다움과 향기를 느낀다. 산과 들에는 모양으로써 말하고, 계곡을 돌아쳐 흐르는 맑은 물은 소리로써, 초목은 빛깔로써 말한다. 자연의 그 소리가 바로 침묵의 언어이듯 침묵의 언어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인간에 대한 너그러움까지 안겨 주기 때문에 우리는 산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간에게는 저마다의 특징과 향기가 있듯 좋은 품성으로 산을 오르다 보면 산의 기운이 인간 원래의 참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찾고 맑은 마음으로 인생에 대한 많은 진리와 슬기를 생각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은 우리에게 침묵을 가르치고, 경건함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정상에 설 때는 엄숙함속에 황홀함까지 느끼게 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은 참으로 아름답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자연스럽게 놓여있는 산의 조화(調和)가 바로 진리이고 아름다움이기도 하지만, 자연은 그 무엇에도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는 진실로 훌륭한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산을 오르면서 대자연의 이치에 누구나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저마다 어우러지도록 잘 짜여진 그림처럼 속속들이 있어야 할 곳에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거짓이란 있을 수 없어 인간에게 속이려 들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참모습을 잃어버릴 때 허세를 부리거나, 겉모양에 빠지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를 속이기 때문에 거짓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자연과 하나 되고 거짓에서 벗어나 자기의 본연의 모습을 찾을 때, 산은 인간에게 지식을 부여하고 진리를 가르친다. 그래서 우리는 산을 오르면서 자신을 뒤돌아보며 인생의 길을, 삶의 길을 되찾고 어제의 실수를 반성하는 자세로 내일을 아름답게 여는 현명한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석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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