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동지편찬위 "형세에 놀라 이성계가 맥 잘라"
진주시 상봉동 봉원초등학교 일원 대롱골 동편 ‘황새등’을 알고 있는 진주시민은 과연 몇이나 될까.
황새등은 이 곳 지형의 생김새가 황새가 고동의 눈을 부리로 찍으려고 하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유래됐다.
특히 진주 비봉산의 지맥이 대롱골의 이 황새등과 연결되면서 예로부터 ‘인물’이 많이 났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설화는 태조 이성계가 진주에 인물이 많이 남을 인식하고 무학대사를 시켜 그 연유를 알아보게 하면서 유명해졌다.
이성계의 지시에 따라 무학대사는 비봉산과 황새등을 둘러 본 후 그 주위의 형세가 매우 좋으며 그 중 황새등의 생김이 감탄할 정도였으니 이로 인해 진주에서 인물이 많이 난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성계는 진주인물들을 경계하기 위해 그 맥(상봉동 전 651-2번지)을 자르기로 하고 밑넓이 5m, 높이 7m, 웃넓이 20m로 황새등을 토막냈다.
이후로는 진주에서 그전보다는 인물이 많이 나지 않아 이성계가 안도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에 상봉동지편찬위원회는 600여 년 동안 끊어진 황새등의 맥을 이어가야 된다고 주장하며 지난 2009년 12월 상봉동동향토사편찬위원회를 결성하고 비봉산 자락의 흔적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만남과 의논을 거듭하면서 2012년 7월 상봉동지편찬위원회를 구성해 상봉동지를 편찬하고 지난 2014년부터 해마다 ‘상봉동 황새등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올해에도 이들은 9일 봉원초등학교 북편에서 세번째 ‘상봉동 황새등 산신제’를 지내고 그 맥을 찾기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진수 상봉동지편찬위원회 위원장은 “600여 년 전 무학대사의 방문 후 황새등 산맥의 날개가 잘려 통탄하고 원망할 노릇이다”며 “아픈 600년을 거울 삼아 앞으로 천년을 위해, 진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 맥을 다시 연결해 나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 산신제 등을 지내 진주시민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앞으로 민간차원에서 황새등의 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영훈기자 hoo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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