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 <139>의령 자굴산
명산플러스 <139>의령 자굴산
  • 최창민
  • 승인 2016.03.1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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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이야기거리 많은 의령의 진산
▲ 내조마을 뒤 언덕에는 소원을 담은 돌탑들이 쌓여 있다.


의령지역에는 높은 산이 별로 없다. 자굴산(897m)과 한우산(835m), 미타산(662m)이 높은 산 축에 끼인다. 자굴산이 예사롭지 않다. 의령군 칠곡면 내조리 일대에서 보면 산세가 완만하게 보여서 좌굴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서쪽에서 보면 경사가 급해 1000m급 산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또 정상에선 사방이 탁 트여 주변 원근 거리에 있는 20여개의 크고 작은 산을 조망할 수가 있다. 산중턱에는 옛날 신선이 춤췄다는 강선암과 갑을사지, 동쪽 산기슭에는 병자호란 때 청의 군사에게는 한 방울의 물도 허락하지 않은 애국(?)의 천연동굴 금지샘이 있다. 또 조선시대 의령에서 공부했던 남명 조식이 경관에 홀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유했다는 명경대도 관심을 끄는 명소다.

이처럼 볼거리가 많은 자굴산은 의령의 진산으로 군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정상 자굴산 안내문에는 고을의 주산, 혹은 진산이면서 정기 맑은 영산, 이름난 명산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해발 897m에 높지 않아도 부드러운 산세에 기암괴석이 심심찮게 박혀 있는 그야말로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산이다. 군민의 곧은 기질과 늠름한 기상, 넉넉한 심성은 모두 이 산에서 비롯됐다 할 것이다. 어머니 품같이 느껴지는 산이라서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고장일 뿐 아니라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 많이 배출된 전통 반향(班鄕)이다.’고 돼 있다.

 
▲ 하산길 내조마을 뒤에서 만난 전원주택



▲등산로, 의령 칠곡면 내조마을 주차장→1013번 도로 옆, 자굴산 입구 이정석→나무계단→쉼터→돌무덤→너덜지대→절터샘 쉼터, 쇠목재·자굴티재 갈림길→ 바람덤→자굴산 정상→쉼터, 헬기장→베틀바위→산불감시초소→달분재→산상골 소류지 하산. 5시간 소요. 20번도로 의령군 칠곡면 소재지 갈림길에서 1013번 지방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들어간다.

▲오전 9시 20분, 내조마을 공영주차장엔 50여대 주차가 가능하다. 마을 앞 1013도로를 따라 5분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에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마을 뒤에 자굴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등산로는 처음에 나무계단이고 뒤이어 황토 빛이 선명한 골짝길이다. 양옆에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둥치가 크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나 가끔 아름드리나무도 나온다.

오전 10시, 첫 번째 쉼터. 마을 1.4km 올라온 지점으로 적당한 거리에 공원 벤치 3개가 놓여 있어 휴식하기에 알맞다.

이때부터 황토 빛이던 등산로 길바닥이 분홍빛으로 바뀐다. 흙이 풍화작용으로 한 꺼풀씩 벗겨져 산 아래로 밀려 내려가 버리고 속살이 남은 형국이다. 이 분홍빛의 바위들은 새발자국과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는 진주 가진리 경남과학교육원의 지질과 비슷하다.

오전 10시 35분, 이 산에도 거대한 너덜겅이 형성돼 있다. 대구 비슬산이나 만어산 만어너덜이 큰 바위의 너덜이라면 이 산에는 하동 금오산 너덜처럼 자잘한 바위들로 구성돼 있다. 이 지점에서 정상부근을 바라보면 조형성을 가진 규모가 큰 비럭바위군이 보인다.

이어 쇠목재·자굴티재 갈림길. 좌측 쇠목재는 한우산과 응봉산, 신덕산을 잇고 있다. 이 갈림길에서 한우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쇠목재가 나온다. 쇠목재는 황소 목부분을 말하는데 자굴산이 전체적으로 소를 닮았기 때문이다. 자굴산 우람한 덩치가 황소의 머리, 북으로 길게 뻗은 한우산줄기가 몸통에 해당된다.

 

▲ 맞은편 한우산 풍경, 꼬불꼬불 오르는 도로.


의령군에서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둘레 길을 조성해 놓았다. 2010년부터 3년에 걸쳐 조성한 이 둘레 길은 자굴산 해발 600∼700m 사이의 7∼8부 능선을 돌아간다. 지리산 둘레길이 산의 하부를 걷는 것이라면 자굴산은 상부를 돌아가는 환 트레일 코스다.

차량이 통행이 가능한 쇠목재에서 출발해 둠배기먼당→갑을전망대→백련사사거리→절터샘→내조전망대→달분재→둠배기먼당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총 7.4㎞에 거리다. 4시간이 걸린다.


천년다지송과 희귀목인 노각나무, 사람주나무, 비목나무 다양한 수목 군락지를 만날 수 있어 상큼한 나무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인근 절터샘은 가뭄이 심해도 마르지 않고 흐르는 물이라 등산객의 몸과 마음을 적셔주는 희망의 샘이다.

이곳에서 갈림길이다. 오전 11시 7분, 곧장 오르면 바람덤이다. 바람이 통하는 구멍바위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구멍은 아니고 두개의 바위틈이 구멍으로 보인다. 이 틈으로 바람이 오간다. 거창 비계산 지인봉의 비계풍혈과 비슷하다. 바람덤에 서면 멀리 한우산과 신덕산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 건설 중인 풍력발전기도 조망된다. 한우산 오르는 길이 꼬불꼬불한데 야간촬영을 하면 악기 색소폰처럼 보인다고 한다.

바람덤 반대편이 금지샘. 약 3m 깊이의 동굴과 천연수가 고여 있는 천연동굴 샘인데 병자호란 때 청 군사가 이곳에 침입해 말에게 물을 먹이려고 하자 물이 갑자기 말라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이 샘은 지리산의 천왕봉을 곧바로 올려다보는 자리에 있다.

오전 11시 30분, 자굴산 정상에 도착한다. 산 이름 ‘자(門+者)’는 성문의 망대, ‘굴(堀)’은 우뚝 솟아 높다는 뜻으로 ‘성문 위에 높게 설치된 망루 모양으로 우뚝 선 산’을 의미한다.

서쪽 67km 밖에 남해의 망운산이 희미하게 조망된다. 이외 금오산(52km) 광제산(20km) 집현산(17km) 지리산(43km) 웅석봉(29km) 둔철산(23km) 정수산(24km) 황매산(24km) 허굴산(19km) 금성산(21km) 악견산(22km)이, 북쪽 덕유산(67km) 한우산(2.3km) 오도산(35km) 산성산(3km) 가야산(50km) 미숭산(40km) 대암산(17km) 국사봉(13km)이, 남쪽 무학산(35km) 광려산(33km) 여항산(27km) 남산(9km) 방어산(17km) 벽화산(9km) 월아산(19km) 와룡산(45km)이, 동쪽 미타산(17km) 비슬산(46km) 화왕산(35km) 영취산(36km) 신덕산(64km)이 그야말로 일망무제 산들의 잔치가 펼쳐진다.

반면 산 바로 아래에는 중장비가 굉음을 내면서 산을 무너뜨리고 바위를 쪼개 골프장을 만들고 있다. 내조리 산 113번지 일대 143만 1600㎡(43만평)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인데 올해 중순 완공할 예정이다.

 

▲ 공사중인 골프장 모습.


정상 부근에 헬기장과 쉼터가 마련돼 있다. 비가와도 족히 20여명이 비를 피하고 쉴만한 넓은 공간이다.

오후 1시, 널찍한 베틀바위를 지난다. 베를 짜는 베틀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앞이 탁 트여 어머니 품에서 쉬는 것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달분재까지 진행한다. 달분(達分)은 불교용어로 수행이 더욱 통달했음을 의미한다. 예부터 이 산에 많은 사찰과 암자가 있었다고 전하는데 도를 통한 스님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었다 데서 유래된 듯하다. 이 외 벼룩콧등이란 지명은 작고 아담한 바위를 일컫는다. 이 자리에서 보는 풍광이 아름답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능선을 따라가다 내조마을 산상골 소류지로 방향을 잡아 하산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자굴산 전경, 산아래 20번국도가 지나고 그 옆에 형성된 마을은 칠곡면소재지이다. 

색소폰 도로 의령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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