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8 (104)
지나 온 날들의 기억은 어수선했다. 뜬금없이 이런 내용의 옛날 기억도 튀어나왔다. 금계포란혈. 오공혈. 그것은 어릴 때 명자언니네 집에서 밤샘을 하며 놀 때 성남언니와 명자언니가 번갈아 가며서 해준 이야기였다.
“어느 동네에 큰 부잣집이 있었는데 그 집에는 삼월이라는 예쁜 처녀 종이 있었단다. 그건데 그 종을 주인영감이 눈독을 들이는 기라”
“셍이야, 눈독이 뭐꼬?”
“하이고 요것 보래, 몬들은데끼 고마 넘어가라. 자꾸 그런 것 물으모 얘기 안하고 그냥 잔다”
“그래, 그래, 그냥 해줘 듣기만 하깨”
“니도 아아들 들어모 야한 이바기는 하지말고 무섭은 거 최고로 무섭은 것만 하라 안하더나”
“맞다 그래. 들어봐라. 이기 얼매나 무섭은 야긴디”
“하이고 그래, 그라모 퍼뜩 해봐라”
“하녀를 첩 삼을라 카는 영감의 기색을 눈치 채고 안방마님이 우쨌는고 모리재? 아이고 무서버라. 머슴을 시키서 그만 콱 쎄리쥑이삐라 안 캤나”
“아이구야, 영감님 아아까지 낳았다꼬 지난번에 안캤나”
“에나 그렇네, 내 정신 보래. 이 콩낱만한 것들이 끼어드는 바람에 그만 야그가 삐딱길로 새삐릿구마. 히히히”
“그래 머슴한테 맞아죽은 삼월이 귀신이 복수하는 데부터 다시 해라”
“머슴의 몽둥이질로 깨꼬닥 목숨을 잃은 삼월이가 지 신세를 베리놓고 나 몰라라 눈을 돌려뻐린 주인영감한테 복수를 하기 위해 원혼이 파란 독기운을 뿌리며 그 집의 용마루에 내려앉았는디, 그 순간부터 부잣집에는 사람이건 기르던 짐승이건 자꾸 죽어나가는 기라. 누군들 영문을 알아야제. 가화가 일어났다꼬만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 날 주인영감의 친구가 들이닥쳐서 얼른 이 자리를 피해야만 화를 면한다꼬 갈쳐줬단다”
“셍이야 가화가 뭐꼬?”
“모리겄다. 어른들이 그라더라. 오래 된 부잣집이 망할라카모 돈이나 비단이나 있는 대로 둔갑을 부리서 귀신이 된다카더라”
“아이구마야. 또 옆길로 새네. 영감님 친구가 영감님 집을 부자 되게 해주는 금계포란혈인가 오공혈인가 하는 그게 동티가 났다캤담서”
“가시나 지랄한다. 지금 그 이야기 할 차례 아이가. 삼월이귀신이 복수를 할라꼬 부잣집에 복을 주는 금계포란형 혈맥에다 쇠못을 박았다 안캤나. 그래, 오공혈하고 맞겨루는 자리서 힘이 솟는데-.”
“셍이야, 꼭 한 번만 더 물어보자. 금계포란혈은 뭐이고 오공혈은 뭐어꼬?”
“아이고 또오. 그게는 지네하고 닭하고 독을 품고 싸울 때 나온 독이 맞부딪히는 자린데 기가 세서 보통사람들은 그 근처에도 못 간단다. 어찌나 지기가 센지 담이 약한 사람은 그 근처에만 가도 오금이 저리고 기절로 한다안카나”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