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8 (105)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8 (105)
  • 경남일보
  • 승인 2016.03.0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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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김지원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8 (105)

“세이야 그런 야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하는 전설따라 삼천리하고 똑 같다”

“글치만 이건 아이다. 에나 진짜다. 우리 동네도 그런 산 이름이 안있나”

“그라모 우리동네 야그란 말이가?”

“그게가 바로 여게 아이가, 여게!”

느닷없이 양지의 등을 탁, 치며 내뱉는 성남언니의 놀래키는 수법에 긴장해 있던 양지는 그만 잠시 기절을 하고 말았다. 최고로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밤마다 조르는 성가신 동생들을 놀려주려고 언니들은 일부러 무서운 이야기를 지어냈는지도 몰랐다.

언니는 자신이 마치 귀신이기라도 한 듯, 무섭게 표정까지 바꾸어가며 실감나게 양지 아니면 명자 동생 기철이를 탁 쳐서 무섬증을 폭발시키는 바람에 엄마야 놀라 호롱불을 걷어차기도 했고 쏟아진 기름으로 불붙은 이불을 휘두르느라 기름냄새로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야단법썩을 했다. 하지만 밤마다 오줌을 싸고 단잠을 자지 못하면서도 모이기만 하면 끝없이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그리고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밖에서 들려도 우아아아 소리치며 서로 이불깃을 끌어당기며 파고들었다.

양지는 귀신같은 것을 잘 믿지 않았다. 새삼스럽게 내가 향수를 앓고 있나. 하지만 왜인지 기분이 찜찜했다. 마음에 걸려있는 여운이 있었다. 삼월이를 짝사랑하던 머슴이 안고 갔던 어린 아이는…. 양지가 묻자 입을 막듯이 어머니가 그랬다.

‘그런 야기는 자꾸 묻고 그라는거 아이다. 어린아가 이바기 좋아 하모 빌어 묵는다’

어머니의 말투나 표정을 본 그 후로 되도록 멀리했고 지웠던 이야기였다. 그러나 불쑥불쑥 환영처럼 드러나는 근거들. 점점 드러나는 구체적인 일들을 종합해보면 통 근거 없이 만들어진 전설은 아니었다. 더구나 명자가 서두르는 만남과 연결되어 다시 드러나는 전설의 실체. 양지는 운명의 신이 쳐놓은 그물에 속절없이 걸려든 작은 송사리처럼 자신이 한없이 왜소하고 하찮은 존재가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어제 들었던 이야기를 재탕해도 이야기꾼의 재담에 따라 살이 붙고 줄기가 늘어난 새로운 맛으로 밤새는 줄 모르고 즐거웠던 이야기들. 살기가 뭐야? 요귀가 뭐야? 의구심 나는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문의해 볼 엄두조차 못 내게 어른들과의 언로는 제한되어 있었고 알면 복잡해지기만 하는 엉킨 실타래 같은 본성을 고향은 갖고 있었다. 금계포란형이나 오공혈이라 일컬어지는 산이 고향에는 실제 있었다. 그 전설의 집 중심에 큰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양지 자신에 처해있는 것이다.

뿌려진 씨앗은 언제든 싹을 틔우고 성장하게 되어 있는 것, 피한다고 해서 마련된 불상사가 모면되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벙어리인 명자언니네 아버지는 누군가가 해코지를 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소리도 흘러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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