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8 (108)
“헛 그 참 씰대없는 새살은 길게 늘어놓고 있네. 요새 젊은 사람들 얼매나 영리한데 누가 누굴 갤칠라꼬 그라노”
“그란께 지끔부터 하는 말 아니요. 그 집이 잘되고 못되는 거는 여자 하나 들이기 나름인데, 이런 일이 안 중요하모 뭐이 중요 하것소. 아무리 대천지 한 바다 겉은 고부 찌리라 캐도 시에미는 시에미고 며느리는 며느린데 절대로 고부갈등은 있는 벱이요. 그란데 시에미는 그 집 정지깐을 좀 먼지 볿았다고 선배 노릇은 하고 싶은 기 인지상정이고. 그렇잖것나. 한 삼 년 썩 댕기고 마는 중고등 핵교도 선배가 무섭다는 디 항차 아들 낳고 딸 나서 자기 식으로 맹글어 놓은 텃밭을 상일꾼인지 드난꾼인지 기질도 모리고 덤썩 아무한테나 넘겨주고 싶것나? 아따 우짜다가 엄청 옆질로 새삐릿노. 내가 유식한 며느릿감 앞에서 꿇리기는 좀 꿇리는 가배. 아무튼 내가 하고 잪은 말은 시집 온 접순이 시가에 순종해서 말없이 따라야만 그 나무는 건강하게 쑥쑥 잘 자라서 꽃도 많이 피고 글로해서 크고 값 좋은 열매도 많이 열리고 그라는데, 내네 하고 지 잘난 드키 꼿꼿하게 외로 가던 접순은 끝내 기주목까지 씰모없이 말려직이고 말더라 이말 인기라. 버선 볼 받데끼 덧붙이는데 내 말은, 귀머거리 삼 년, 봉사 삼 년, 버버리 삼 년 하는 옛날 말에 절대 일리가 있더라 이 말이요. 소위 아아들 무술체육관에서 쓰는 말마따나 그 동안이 내공을 쌓는 기간이라 초창기에 쌓은 내공을 평생 울과 묵음서 큰소리 치고 사는기 여자라”
양지는 차츰 긴장이 됐다. 선을 보인다는 복잡한 심신 탓만은 아닐 것이다. 표현이 맞고 안 맞는지는 젖혀 두고라도 현태어머니가 풍기는 완고함이 새삼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되게 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적당히 남편을 올려주기도 하고 내려치기도 하면서 당당하게 짓지르는 품이 참아왔던 억하심정의 발설이거나 자기하고 동떨어진 생각을 미리 봉쇄하는 고단수의 수법이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말 한 마디로 아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도 아랑곳없이 너무도 당당하고 뻔뻔스럽게 표출하는 저 확실한 자기의 표현.
약간의 예비지식은 현태로부터 얻어놓고 있었지만 막상 대하고 보니 여느 거래처의 손님들처럼 대해지지 않아서 양지는 속마음이 자꾸 웅크려졌다.
“형제가 약간 많기는 하지만 서드래만 잘 하모 뻗날 놈은 하나도 없은깨 걱정 말고 동지나 쇠고 나모 식 올리도록 주선하꺼마”
그만큼 죄었으면 풀어줄 필요도 있다고, 마치 짜고 온 사람들처럼 현태의 아버지가 너그러운 음성으로 토를 달았다
“아따 이 어른은 성급도 하시네. 아까 내가 했던 말 아가씨한테 들어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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