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
덧니
  • 경남일보
  • 승인 2016.03.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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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이창섭

40대 후반 제 나이인 분들에게 여러 가지 닮은 점이 있을 것입니다. 어느 날 문득 치아 중 ‘덧니 하나는 있다’는 공통점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태어나 자란 대구는 제법 큰 도시였는데도 당시에 치과가 드물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또 치과 특유의 냄새와 기계음 때문에 왠지 무서워서 안 가겠다고 고집 부리며 치과 가자는 어머니 손을 뿌리쳤던 기억이 선합니다.

사람은 여섯이나 일곱 살이 되면 태어나면서 생긴 이(젖니)를 새로운 이(간니)로 일생에 한 번 갈게 됩니다. 튼튼하고 굵은 새로운 이가 돋아나며 앞으로 닥칠 험난할 인생에 맞서 이를 악물고 살아갈 준비를 제대로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쯤이면 부모와 아이 간 작은 투쟁이 발생합니다. 젖니를 갈 때쯤이면 덧니 안 나게 이를 흔들어 빼자는 어머님과 이 빼는 게 무서워 버티는 자식 간에 긴 실랑이가 생깁니다. 젖니를 빨리 빼야지 그 자리에 간니가 일렬로 가지런히 나는 것인데 제때 자리를 내주지 않으니 새로 나온 이는 제 자리를 못 찾고 삐뚤하게 나서 결국은 덧니가 돼버립니다.

저는 아랫니쪽에 덧니가 3개나 됩니다. 덧니가 많으면 흔히 성격이 고집불통이라고 놀려대는데 학창시절 구강검사를 할 때마다 이런 사람들의 놀림이 저한테는 콤플렉스처럼 남더군요. 그럴 때마다 어머니 말씀 잘 들어서 이를 뺄 걸 하는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당시에는 뺄 이를 실로 감아 손으로 잡아당기며 이마를 치는 발치방법이 너무도 무서웠는데, 그 방법에서 오는 위압감도 덧니가 생긴 작은 이유라고 변명을 해봅니다.

40대 후반의 공통점이니 집사람도 덧니에 얽힌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는 가지런한 이를 만들어주고 싶어 제때 이를 빼줬고, 큰 딸과 작은 아들 둘 다 치아교정도 해주었습니다. 돈은 좀 들었지만 제가 겪었던 덧니 콤플렉스를 겪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나 봅니다.

아침마다 이를 닦으면서 거울 속에 비친 세 개의 덧니를 보면서 고집불통 어린 시절의 제 모습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것 같아 여간 쑥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이를 이곳저곳 닦아서 부끄러움을 만회하는지도 모릅니다.

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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