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애호박농가 “일할 맛 안 난다”
진주 애호박농가 “일할 맛 안 난다”
  • 임명진
  • 승인 2016.03.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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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비 생산량 25% 감소…병해충 '이중고'
▲ 진주시 대곡면의 한 애호박 시설하우스. 피해를 입은 농작물이 쓰러져 있다.

전국 최고 생산단지인 진주 애호박 재배농가들이 막바지 출하시기를 맞아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일조량이 크게 부족해 생육에 큰 지장을 받은 데다 병해충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내 애호박 주생산단지인 대곡면 일대를 둘러보기 위해 21일 진주 동부농협의 영농지도 현장을 동행했다.

◇이상기후에 병충해 피해까지…생산량 급감

지난겨울 잦은 비로 인해 애호박, 오리, 가지류 등 시설하우스 농가들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일부 품목의 경우 출하량이 예년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는데 애호박이 대표적이다.

동부농협 관계자는 “작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적당한 햇볕이 필요한데 이상하게도 이번 겨울에는 햇빛이 보기 힘들 정도로 비가 잦고 흐린 날씨가 계속됐다”면서 “광합성 부족으로 수정이 잘 되지 않고 낙과로 인한 피해가 농가들마다 심했다“고 말했다.

동부농협은 관내 400여 농가에서 생산하는 올해 지역 내 애호박 생산물량이 지난해 대비 2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해가 심각한 농가는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토마토 등 다른 작물 재배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곡면에서 만난 김의근(49), 최혜연(47·여)부부는 귀농 11년차에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최씨는 “지난 겨울내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 흑성병과 바이러스도 올해 유독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년 같으면 1만 2000박스(1박스 당 20개)를 생산했지만 올해는 40% 넘게 수확량이 급감해 7000~8000 박스 출하에 그칠 것 같다고 했다.

조옥래 조합장은 “거의 전 농가에 걸쳐 일조량 부족에 따른 수확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가마다 편차가 좀 있지만 수확자체를 포기할 정도로 큰 타격은 입은 농가도 꽤 된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하우스 주변에는 낙과와 병충해 피해를 입은 애호박이 무더기채로 쌓여 있는 것이 목격됐다.

동부농협 측은 관내 40여 농가에서 병충해 피해까지 발생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30년 농사경력의 조현주(56)씨는 “올해 기상여건은 십 수 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 농가마다 편차가 있지만 병충해까지 겹쳐 피해가 큰 농가도 제법 된다”고 말했다.

조 조합장은 “다행히 수확량이 준만큼 가격이 어느정도 받쳐주면서 궤멸적인 피해는 입지 않고 있지만, 이제는 봄장마가 우려스럽다. 3~4월인 봄에 또다시 비가 잦거나 흐린 날씨가 지속되면 대량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진주 애호박’…전국 최고품질 자랑

진주애호박은 품질 면에서 전국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애호박 재배농가가 많다고 알려진 동부농협의 경우 시설하우스 농가 중 80%가 애호박 재배 농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농가에서 생산한 애호박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국 애호박 시장의 90% 가량을 차지한다.

동부농협 측은 “겨울철 시세는 우리 농가들이 재배한 물량에 좌우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진주애호박이 유명한 이유는 지리적인 재배조건도 있지만 전국 최초의 인큐봉지 등 타 지역보다 월등히 앞선 농사기술도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조옥래 진주동부농협 조합장이 피해를 입은 농작물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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