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 단독주연 첫 작품 '대배우'
오달수 단독주연 첫 작품 '대배우'
  • 연합뉴스
  • 승인 2016.03.24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대배우 포스터


장성필(오달수)은 대학로에서 정통 연기를 20년째 이어가며 무대를 지키는 연극배우다.

 그는 개 역할로 대사 한마디 없는 아동극 배역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도 성필은 언젠가 대배우로 우뚝 서는 날을 바라보며 노력한다.

 그러나 그가 출연하는 연극에는 좀처럼 관객이 차질 않는다. 밤에 대리운전까지 불사하나 가계는 쪼들리기만 한다. 성필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마저 무거운 짐처럼 느끼기 시작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다.

 반면, 한때 대학로에서 극단 생활을 함께했던 설강식(윤제문)은 영화판에서 국민 배우로 승승장구한다.

 그간 정통 연극을 고수하며 영화 오디션을 일부러 보러 다니지 않았던 성필은 자신의 꿈과 가족을 위해 대한민국 대표 감독 깐느박(이경영)이 연출한 영화 ‘악마의 피’ 오디션에 도전한다.

 하지만,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성필에게 영화 촬영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다. 기회만 잡으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될 것 같았던 스크린 데뷔는 절대 순탄치 않다.

 ‘대배우’는 연극 무대에서 무명배우로 오랜 시간을 보내다 영화계에서 ‘천만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은 배우 오달수(48)의 인생역정을 보는 듯한 영화다.

 오달수는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해 12년간 연극에 빠져 살았다. 그러나 무명 배우였다. 생활고는 늘 따라다녔다. 2001년 전처와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오달수는 가난해도 좋아하는 일에 빠져 산다는 것이 행복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충무로에 발을 들인 것이 결론적으로 오달수의 인생에 새로운 활로가 됐다. 그는 2002년 첫 영화 ‘해적, 디스코 왕 되다’에서 단역 ‘뻘쭘남’을 맡았다.

 이듬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에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그동안 6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신 스틸러(scene stealer)를 넘어 명품 조연으로 자리 매김했다.

 역대 천만 한국영화 13편 가운데 오달수가 출연한 작품은 7편, 그가 현재까지 출연한 영화의 관객 수를 더하면 1억명이 넘는다. 그의 별명은 ‘명품 조연’보다 친근하고 멋있는 ‘대한민국 영화계의 천만 요정’이 됐다.

 나아가 ‘대배우’는 오달수가 2002년 스크린 데뷔 이래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라는 점에서 그에게 더욱 의미가 큰 영화다.

 이번 영화에서 오달수는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며 자신의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대배우’는 여태껏 조연의 위치에서 원석처럼 굳고 한결같았던 오달수를 주연의 자리로 끌어올려 빛나고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세공한 작품이다.

 ‘나는 단 한 번도 웃기게 연기한 적 없다’는 이번 영화 포스터 문구는 비장미까지 느껴진다. 주연으로 한발 더 도약하겠다는 오달수의 의지와 도전이 엿보인다.

 김지운, 박찬욱 감독 밑에서 8년간 조감독을 했던 석민우 감독의 연출·각본 데뷔작이다.

 석 감독은 2008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의 조감독이었을 때 이 영화에 출연한 오달수에게 촬영 도중 시나리오를 완성하면 꼭 출연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오달수가 중간 중간 짧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 이유였다.

 영화는 뻔할 것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잘 빠진 만듦새와 촘촘한 이음매가 돋보인다. 윤제문과 이경영이 출연해 극에 신뢰와 무게, 재미를 더했다. ‘대배우’라는 영화 제목답게 오달수를 포함해 이들 세 배우의 연기 경력은 총합 70년에 이른다.

 윤제문은 국민 배우 설강식(배우 설경구·송강호·최민식의 이름을 순서대로 한 자씩 따서 지은 배역 이름)으로 분해 까칠하면서도 후배의 성공을 바라는 가슴 따듯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경영은 박찬욱 감독으로 설정한 ‘깐느박’ 역을 맡아 박 감독의 표정과 습관, 말투를 비슷하게 따라 하며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여기에 진경, 강신일, 최병모 등 연기 내공이 깊은 충무로의 명품 조연들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배우 김명민, 유지태, 김새론과 이준익 감독 등이 깜짝 출연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극 중 인물들의 코믹한 설정을 통해 관객을 웃기면서도 그 속에 담긴 현실적이고도 절실한 주인공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공감과 감동을 자아낸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매 순간 힘을 다해 묵묵히 걸어온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잔잔한 울림이 있는 영화다.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08분.

연합뉴스



 
대배우 스틸 컷
대배우 스틸 컷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