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잔
막걸리 한잔
  • 경남일보
  • 승인 2016.03.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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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달연 (경남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최달연
최근 다시 막걸리의 효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위암세포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막걸리는 발효된 술덧을 탁하게 걸러 그대로 마시는 술이기에 발효에 관여한 효모나 다량의 유산균과 유익한 균까지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주류에 비해 건강 기능적 효과가 큰 알코올 음료다.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들은 대부분 그들만의 고유한 술 문화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위스키와 러시아의 보드카는 잘 알려진 그들의 전통 술 문화다. 프랑스의 음식과 어우러진 코냑과 포도주 문화도 그렇다. 라틴 음악과 어우러진 럼주 문화도 빼 놓을 수 없다. 또 이웃나라 중국의 고량주 문화라든지 일본의 사케 문화가 좋은 예다. 우리도 유구한 역사와 함께 고유의 쌀 술 문화를 가진 민족이다.

농사철에 새참으로 쌀 막걸리를 마시고 집안에 경사가 있으면 쌀 동동주로 잔치를 벌였다. 정성 들여 빚은 맑은 쌀 술로 제사를 모셨고 술상도 차려 손님을 대접했다. 그러면서 집안마다 여인네의 손을 통해 술 빚는 기술이 이어져 내려왔다. 쌀로 술을 빚는 일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통문화가 됐다. 그러나 집집마다 이어온 술맛은 산업화와 식량 부족으로 많이 사라졌다. 술 빚는 기술이 아직 남아 있는 농촌인구도 노령화로 급격히 줄고 있어 그나마 남아있는 기술마저 사라질까 걱정이다.

우리사회는 창조적이고 새로운 것에는 관심을 두면서 정작 우리의 전통문화를 경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통은 지루하고 고루한 것이며 요즘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마당놀이가 공연할 극장이 없어서 문을 닫게 됐다는 이야기는 이런 맥락에서 가슴 아픈 이야기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역설했다. 우리의 과거와 전통을 잊고 새로움만 추구해서는 지속적인 발전이 이뤄질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최근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쌀이 남는다고 야단이다. 우리 가양주 문화를 다시 찾아 전통 술을 되살리는 일은 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옛말에 ‘쌀 한 말이면 술이 한 말’이라 했다. 다양하고 질 좋은 막걸리가 많이 개발되어 우리나라 전통주의 위용을 떨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어느 시인은 “청명하니 한 잔, 날씨 궂으니 한 잔, 꽃이 피었으니 한 잔 , 마음이 울적하니 한 잔, 기분이 창쾌하니 단 한 잔” 이라 했다. 오늘은 첫사랑 같은 매화꽃 향기에 취해 막걸리 한 잔 하면 어떨지….
최달연 (경남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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