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투표
날씨와 투표
  • 경남일보
  • 승인 2016.04.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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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하늘은 굵은 눈발로 소리 없이 이 거대한 군대를 위한 수의를 지었다.’ 1812년 나폴레옹의 군대는 러시아를 침공, 모스코바까지 진격했으나 혹독한 추위와 눈을 못 이겨 회군을 해야만 했다. 그 추위와 눈으로 50만이 넘던 나폴레옹 군대 중 살아서 귀환한 군인은 겨우 3만에 불과했다. 빅토르 위고는 그의 시 ‘속죄’에서 날씨를 원망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날씨에 관한 책은 날씨로 운명을 바꾼 사례들을 이야기로 엮고 있다. 1941년 히틀러도 180만의 대군을 이끌고 모스크바로 진격했으나 역시 날씨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나폴레옹의 뼈아픈 실패를 거울삼았다면 혹한 속 전쟁은 피했을 것이다.

▶소설 ‘테스’의 여주인공의 운명을 바꾼 날씨는 지독한 안개였고,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의 빌미로 삼은 것은 계속된 비였다. 활과 화살의 아교가 녹아 제 구실을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회군은 마침내 고려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지만 날씨가 역사의 전환점이 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20대 국회를 이끌어 갈 선량들을 뽑는 이 날, 비가 내린다. 이 비가 선거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 당과 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누구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바라기는 이번 투표가 날씨에 좌우되지 않고 제대로 진행됐으면 하는 것이다. 봄비 정도야 충분히 즐기며 투표할 수 있지 않을까.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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