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여성칼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 경남일보
  • 승인 2016.04.1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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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최근 한 주간지에서 뇌과학과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강연을 옮겨 놓은 기사를 읽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뇌과학에 대한 신화를 깨뜨리고, 뇌의 한 부분만을 발달시키고자 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지적하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 강사는 우뇌와 좌뇌에 대한 생각, 뇌발달은 지능계발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우리의 통념이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생명유지의 뇌(소뇌와 뇌간, 파충류의 뇌), 감정의 뇌(대뇌변연계, 포유류의 뇌), 이성의 뇌(대뇌피질, 영장류의 뇌)의 세부분으로 나눠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뇌가 잘 발달하려면 이 세 부분이 조화롭게 발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교육이 세 번째의 뇌(대뇌피질)의 발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인간의 뇌는 특정한 나이에 완전한 발달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12세까지는 공사 중, 즉 지속적인 발달 과정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뇌의 발달과정은 유전적이거나 개인 내적인 요인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 외부의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특정한 맥락(자신과 장면과의 관계)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심과 경험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중요하다. 이에 대해 그는 ‘언어의 풍경’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 언어의 풍경을 이루고 이 언어의 풍경이 성격, 소양, 창의성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언어의 풍경은 유전자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걱정이 점점 더 커져가는 것을 느꼈다. 현재의 아이들에게 노는 시간이 부족한데, 그것이 아이들의 뇌를 발달시키는 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더욱 걱정이 커졌다.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풍부한 언어의 풍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돼 있다는 사실,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제한돼 있다는 사실이 우리 아이들과 우리 사회의 미래에 얼마나 큰 재앙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미국에서 일어났던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들 몇몇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가진 불우한 청소년들이 아니라 중산층 가정의 모범생이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놀지 못했던 아이들의 한 단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환경을 보면 몸을 써서 놀이를 할 기회는 거의 없고, 논다는 것이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채팅을 하는 것, 즉 전자기기를 이용한 놀이에 한정돼 있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물론 부모들이 아이들을 놀게 하고 싶어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사라지고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어렵다는 것도 안다. 따라서 아이들이 충분히 놀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교육에 대한 관점, 개발에 대한 관점, 환경에 대한 관점 등 아주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성찰과 대안이 필요하다. 지난한 작업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성찰과 대안찾기가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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