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소년의 꿈
[교단에서] 소년의 꿈
  • 경남일보
  • 승인 2016.04.18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해마다 반 아이들이 결혼 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은지 조사해 보면 20% 정도의 아이들이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답한다. 요즘 조부모와 같이 사는 가정도 드물고, 심지어 조부모, 외조부모의 이름을 모르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 효 교육에 대해 고민하던 중 효성이 지극한 부부를 우연히 만나게 됐다.

휴일에 봄의 정취를 느끼러 나섰다가 어느 시골길에서 아름다운 전원주택을 발견했다. 전원생활을 마음속에 그려오던 터라 용기를 내어 주인에게 집 구경을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야트막한 산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 산새들의 지저귐, 온갖 수목과 야생초, 수석이 어우러진 정원은 무릉도원마냥 아름다웠다. 하지만 10년 전 그곳은 야산에 불과했다고 한다. 홀로 5남매를 키워 주신 어머니를 위해 그림 같은 집을 지어 드리고자 하는 아들의 꿈이 야산을 지금의 집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었다.

삼천포화력발전소에서 발전과 관련된 업무를 한다기에 전공과 무관한 일들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물으니 좋아서 하는 일이라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땅을 구하고 묘목을 사서 나무를 심는 등 집 지을 준비를 10년 넘게 했고, 설계와 건축, 조경 모두를 긴 시간에 걸쳐 집 주인 혼자 힘으로 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를 직접 만들고, 홀어머니를 도와 집도 고치며 나무와 관련된 일들을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일을 10년 이상 꾸준히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말의 의미가 와 닿았다.

초면에 다과와 즉석에서 삶은 고구마까지 대접을 받았는데 헤어질 때 맑은 날 다시 놀러 오라며 손수 재배한 농작물을 주었다. 집에 돌아와 주인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언덕위에 하얀 집 짓고 부모님 모시고 사는 것이 꿈이었던 소년이 어른이 돼 꿈을 이뤄가고 있지만 함께할 친구와 찾아줄 사람 없다면 아름다운 정원과 집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만의 공간이 아닌 내가 아는 모든 이의 공간이 돼 어우렁더우렁 살고 싶다.” 라는 대문 글이 인상적이다.

효심 가득한 집을 지어 햇볕이 잘 들고 전망이 가장 좋은 방을 어머니께 드리고,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는 이성석·김양순 부부의 사랑이 메마른 마음과 각박한 세상을 적시는 단비가 됐으면 한다.
 
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