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사소함의 힘
[대학생칼럼] 사소함의 힘
  • 경남일보
  • 승인 2016.04.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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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근 (경남과기대 신문사 편집국장)
십여년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꿈을 꿨다. 가족들과 뉴스를 보는데, 아나운서가 담담한 목소리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멸망할 거라는 절망적인 속보를 전했다. 갑자기 닥쳐온 눈앞의 죽음에 심장이 멎는 듯한 심정. 그런데도 가족들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담소를 이어 나간다. ‘왜 이러지,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하고 생각을 하던 찰나 TV화면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겁에 질려 밖으로 뛰어나가 하늘을 보니 대낮에도 보일만한 밝은 점이 하나 보인다. 그것이 점점 커진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뛰어들어와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는데도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다. 주변을 둘러보니 행인들은 별다른 표정 없이 제 갈 길을 재촉한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마지막 남은 시간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본다. 아무리 스스로 질문을 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명언이 떠오른다. 그러나 진짜 소행성에 의해 지구가 반으로 조각이 나게 생겼는데 무슨 사과나무 하면서 헛웃음이 나온다. 점점 커지는 점,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평온한 주변환경, 그게 날 더 미치게 만든다..

작은 불씨였던 점이 점점 커지며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다. 또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한층 커져 있는 점, 아니 이제 점이라 하기엔 너무 커져버린 재앙이 세상을 잠재우려 점점 다가온다. 그 재앙이 나를 덮치는 순간 땀으로 흠뻑 젖은 채 꿈에서 깼다. 그러나 현실인지 꿈인지 모호한 시점. 당장 밖으로 달려나가 하늘부터 바라봤다. 구름 한점 없이 청명한 하늘,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생각에 잠긴다.

물론 여기서 생각을 끝냈다면 한낱 꿈으로 치부하고 넘길 수 있었던 경험. 하나 내가 꿈꾸며 그릴 미래를 상상하고 실현해갈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에 지금까지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행복함을 느낀다. 남들이 보기엔 단지 꿈이었을지 몰라도 나 자신한테는 삶의 전환기가 되는 특별한 경험이었고, 가끔 그때의 꿈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잠시만 숨을 가다듬고 주위를 둘러봐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도 얼마든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행복이 될 수 있다. 이게 사소함의 힘, 아니 생각과 바라보는 시각의 힘이다.
 
이준근 (경남과기대 신문사 편집국장)
 
이준근 (경남과기대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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