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04.2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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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 병뚜껑의 발명자 윌리엄 페인터
가스가 주입된 사이다와 같은 음료수 병이나 맥주병의 경우는 하나같이 금속 재질에 뾰족한 톱니가 달린 병뚜껑으로 닫혀 있다. 그 까칠까칠한 톱니의 수는 모든 메이커의 병뚜껑 마개들이 공통으로 21개다. 톱니가 21개보다 적으면 뚜껑이 벗겨지기 쉽고, 또 더 많으면 열기 힘들다. 그러니까 현재 병뚜껑 톱니 수의 세계 규격은 21개다. 이보다 적으면 병을 흔들 때 가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내용물이 새어나오거나 뚜껑이 열릴 수 있다. 21개보다 많으면 병을 딸 때 힘이 너무 들어가 병이 깨져 다칠 수도 있다. 이 병뚜껑은 톱니모양이 왕관과 비슷하다고 해서 ‘왕관 뚜껑’(crown cap)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러한 톱니 모양의 병뚜껑에는 일화가 숨어있다. 1892년 톱니 모양의 뚜껑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맥주도 와인처럼 코르크 마개를 사용했다. 코르크는 따기도 어렵고, 쉽게 쏟아져 불편하기만 했다. 톱니 모양의 병뚜껑은 아일랜드 출신의 미국 발명가 윌리엄 페인터의 집요한 노력의 결실로 탄생했다. 윌리엄 페인터는 1838년 아일랜드에서 7남매 가운데 셋째로 태어났다. 그는 스무 살 때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그는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로 이사한 후 머릴 앤 케이져스 기계공장의 반장으로서 그의 직업적 생애를 시작하였다. 그는 당시에 맥주도 와인처럼 코르크마개를 사용하고 있어서 맥주병을 따기도 어렵고, 쉽게 쏟아져 불편하다는 걸 느꼈다. 그는 모든 유리병에 두루 맞는 보편적인 병목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제조업자들과 함께 일을 하다가 그 보편적인 병목을 단단히 막을 수 있는 병뚜껑을 제조하기 위해 크라운 코르크 및 밀봉 회사를 창업하게 된다.

윌리엄 페인터는 단단히 죄어져 내용물이 변하지 않고, 따기도 쉬운 병뚜껑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의 병뚜껑을 수집하여 연구하였다. 그는 1887년 몇 번이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병마개를 먼저 개발했다. 하지만 병마개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부서지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병에 담긴 내용물에 대한 품질을 인정받기 힘든 것도 문제였다. 비싼 술을 담아 팔려고 해도 똑같은 병에 값싼 술을 담아 재활용한 병마개를 쓰면 둘을 구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맥주거품이 새나가지 않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방법에 더욱 집중했다. 마침내 1891년 병의 끝부분에 홈을 파고 톱니모양으로 생긴 병뚜껑으로 입구를 막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는 그 병뚜껑을 손쉽게 따는 오프너도 함께 발명해냈다. 이 왕관 병뚜껑의 개발로 윌리엄 페인터는 벼락부자가 되었다. 하루에 1천 달러씩의 특허 사용료를 받았다고 한다.

톱니의 수는 병 속 가스의 압력을 버틸 수 있으면서도 병을 딸 때 너무 힘들지 않을 정도가 적당했다. 1892년 볼티모어에서 미국 특허를 받을 때 톱니의 수는 24개였다. 그 뒤 자동기계가 나오고 주석 판을 입힌 새로운 재질이 개발되면서 톱니를 21개로 줄이고도 같은 효과를 누리게 됐다. 어느 병뚜껑이든 펼쳐진 지름은 32mm이고 0.6mm마다 홈이 나 있으며 21개의 주름을 갖고 있다. 이는 피라미드의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주름 21개일 때 병마개가 단단하게 지탱되어줄 뿐만 아니라 밀봉 상태가 가장 우수하기 때문이다.

기계 엔지니어이자 발명가인 윌리엄 페인트가 창업한 회사는 크라운 지주회사로 존속하고 있는데 한 때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 속하기도 하였다. 그는 85개의 실용신안 특허를 낸 바 있는데 모든 병에 맞는 병마개와 병마개 따개, 크라운 병뚜껑 제조기, 종이 접는 기계, 열차 승객을 위한 자동 안전 이탈 의자, 위조지폐 검색기 등이 그가 발명하거나 개발한 것들이다. 그의 최대의 업적은 20세기의 딜레마였던 휘발성이면서 거품이 나는 음료수 병의 튀어오르는 코르크 마개를 크라운 병뚜껑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그는 2006년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경상대학교 경영학과

 
W. Pa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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