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에 침묵해서야
‘침묵의 살인자’에 침묵해서야
  • 김귀현
  • 승인 2016.04.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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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현 기자
김귀현 기자
최근 호된 감기를 앓았다. 일교차를 무시하고 반팔 옷을 개시한 결과인 줄 알았다. 콧물과 칼칼한 목 탓에 찾았던 병원에서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감기보다는 미세먼지로 인한 증세라고 했다.

의사는 “요즘 같은 대기상황이라면 독한 감기만큼 호흡기가 고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그제서야 산업용 방진마스크를 쓰고 걷던 중국인들 사진이 떠올랐다. 붉은색으로 ‘매우 나쁨’을 상기시키던 통합대기지수도 머릿속을 스쳤다. 병원서 진료를 기다리던 수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에 당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지난 주말 미세먼지 수치는 최고점을 찍었다. 한 주가 새롭게 시작되고도 여파는 계속됐다. 드문드문 보이던 ‘마스크족’은 사라진 뒤였다.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당부는 딴 세상 이야기였다.

곳곳에 아이 손을 잡은 어른들이,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상점들이 “별것 아닌데 죽는 시늉이다”고 말하는 듯했다. 한 켠에서는 주행 중인 차량 뒤로 시꺼먼 가스와 연료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답답한 노릇이지만 이웃 나라발 황사와 미세먼지는 당장 막을 도리가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야 했고, 우리가 만든 원인에 대해서라도 대책을 세워야 했다.

얼마 전 경유버스 오염물질 취재 당시 관계자는 “버스 대상 오염물질 배출 방지책은 없다”고 했다. 시민 건강을 고려했다면 이런 무감각한 반응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대기상황에 대한 근원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광판 알림과 문자 몇 통이 기관이 할 일의 전부일까. 지금은 지역과 관이 시민의 건강한 숨을 위해 손발을 걷어붙여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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