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사천 문선초에서 보여준 공공선(公共善), 전국으로 확산되길
[현장칼럼] 사천 문선초에서 보여준 공공선(公共善), 전국으로 확산되길
  • 이웅재
  • 승인 2016.05.0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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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기자
어린시절 약속할 때 “하늘 땅 퉤퉤퉤!”하던 것이 학창시절 “남아일언중천금 일구이언…” 맹세로 바뀌더니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각서를 써야 믿게 됐다. 성장하면서 나이만큼 약속도 무게를 더해간다. 특히 사회적으로 책임이 큰 자리에 있는 인사의 말 한마디는 타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국난을 극복하고 세계교역량 10위권으로 급부상한 대한민국의 오늘을 두고 한민족 5000년사에 가장 번영을 누리는 시기라고들 한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자’며 국민소득 1000달러 달성을 목표로 새마을운동을 추진했던 1970년대와 비교해 국민소득 3만불을 눈앞에둔 현재를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그런데 세상사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더니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다. 초가집 없애고 마을길 넓혔더니 공동체가 급격히 붕괴되면서 황금만능주의에 물든 이기주의가 뿌리를 내렸다. ‘돈이면 다 된다’는 자본권력이 사회악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시행에 들어간 지방자치제는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던 논두렁 인심마저 깨트려버렸다. 지방선거 20년을 지나면서 시골 작은마을에서조차 ‘누구 마주치기 싫어 논길 돌아간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도는 각박한 세상이 돼버렸다.

정치권력이 세상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식상해진 단어 중 하나로 공약(公約)이 있다. 공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공공의 약속’이 공약(空約)되기 다반사고, 약속을 저버려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큰소리치는 세태가 성행하면서 나 아닌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됐다. 지역현안 해결에 필요한 정부 예산도 국가차원에서 따져보면 ‘제로섬 게임’에 불과한데 힘겨루기 판 선거에서 공공의 이익보다 나의 이익만 따지다 보니 공약의 가치 폭락과 공공선 실종사태를 초래했다.

최근 경남도의회 박동식 의원으로부터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를 돈들이지 않고 해결했다는 낭보가 전해왔다. 시·교육청·경찰·학교·학부모·학원 등의 적극적인 참여로 상습 교통혼잡지로 지적받아온 사천 문선초등학교 후문 일대 통학로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것이다. 이곳은 열악한 교통여건으로 학생들의 등·하굣길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다. 지난 3월18일 사천시와 사천교육지원청, 사천경찰서, 박동식 의원 등은 이 학교 후문 앞에서 ‘긴급 노상 간담회’를 열고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한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단일기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는 인식하에 유관기관들의 힘을 모으기로 하고, 우선적으로 후문내 일반차량, 정문쪽 학원차량 이용으로 교통량 분산을 시행키로 결정했다.

폭우를 동반한 강풍이 몰아치는 3일 오전 7시반부터 1시간 동안 등굣길 상황을 지켜봤다. 박 의원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순간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민이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단초를 발견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운운하는 거대담론보다 신뢰의 바탕이 되는 약속,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닌 ‘나만 지키면 다 지킨다’는 시민의식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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