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역으로 병역판정을 받고 2014년부터 대한적십자 소속의 ‘헌혈의 집’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를 시작해 소집해제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복무기관으로 첫 출근을 준비하던 때가 떠오른다. 사회복무요원 간에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사회복무요원들이 기관에서 대우를 많이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 상당수 있어 걱정을 많이 했다. 물론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선생님들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 속에서 잘 적응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복무생활을 하고 있다.
왜 사회복무요원들이 기관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말들이 나오는 걸까.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고 싶어도 불편한 몸 때문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할 수밖에 없는 우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현역에 비해 좋지 않고 우리 또한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낮아 처음엔 나조차도 24개월의 복무기간을 대충 때우자는 생각으로 복무를 시작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복무기관에서 요구하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고 힘들기만 했다. 선생님들과 의사소통은 되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의욕도 사라졌다. 이런 위기는 당시 계셨던 기관장님과 상담을 하면서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는데, 기관장님은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조금만 이해하고 존중해주면 되는 일이다”며 격려하고 나의 입장을 헤아려 주셨다.
처음부터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복무를 시작했다면 지금보다 더 빨리 적응해서 좀 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있다. 기관에 계신 선생님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사회복무요원이 있다면, 또한 사회복무요원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복무기관이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지금 겪고 있는 갈등과 어려움은 훗날 추억거리가 될 거라고. 지금 나처럼.
박승현 (사회복무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