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제언] 약점(弱點)을 약점(藥點) 삼자
[특별제언] 약점(弱點)을 약점(藥點) 삼자
  • 경남일보
  • 승인 2016.04.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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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미국 폴 스톨츠 박사에 따르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3가지 지수, 즉 지능과 감성 그리고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가 있는 바, 결국은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주장한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갈수록 힘겨워지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앞으로는 멘탈 헬스, 즉 정신건강이 강조될 것으로 예견한다. 외부의 경쟁자 없는 개체는 도태된다.

천적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도도새나 남극의 펭귄들은 천적이 없는 좋은 환경에서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하는 새가 됐다. 펭귄은 아직 살아남았지만 도도새는 그로 인해 멸종되고 말았다. 천적은 생태계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문명이든, 국가든, 기업이든 외부의 경쟁자가 없는 개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태된다.

식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예사들은 꽃나무를 꺾어 꺾꽂이할 때 모래밭에서 한다고 한다. 그것은 기름진 땅에다 꺾꽂이를 하면 뿌리가 나지 않고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기름진 땅에서는 영양소의 공급이 풍부해 스스로 뿌리를 내려 살아남으려는 자생능력이 퇴화되고 만다. 그러나 모래판에 꽂으면 영양소의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스스로 뿌리를 내려 부지런히 영양소를 찾아나선다. 목숨을 잃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려면 이렇게 무엇인가 부족함이 있을 때 그 노력이 촉발된다. 불행한 환경이 오히려 도전정신을 안겨주는 디딤돌이 된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역사에서도 훌륭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조선시대 이조판서 이문원(李文源)의 세 아들이 가평에서 아버지를 뵈러 상경했다. 아버지는 아들들이 말을 타고 온 것을 알고 크게 화를 낸다. 아직 젊은데 고작 1백 여리 걷는 것이 싫어 말을 타다니, 힘쓰는 것을 이렇듯 싫어해서야 무슨 일을 하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아버지는 세 아들에게 즉시 걸어 가평으로 돌아갔다가 이튿날 다시 도보로 올 것을 명령한다. 그 세 아들 중 한 사람이 이존수(李存秀)였다. 영의정의 손자요 현임 이조판서의 아들들이 말 타고 왔다가 불호령을 받고 걸어갔다가 다시 걸어왔다. 엄한 교육을 받고 자란 이존수 또한 뒤에 벼슬이 좌의정에 이르렀다.

우리의 삶도 부족함과 걸림돌을 경험해봐야 한다. 아쉬워야 영혼과 지혜가 눈을 뜨고 숨을 쉰다. 진정한 결핍이 있어야 그것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보약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좌절 또한 빠른 법이다. 남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이미 채워진 삶을 산다고 해서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어려움 없이 자란 사람들일수록 생활력과 삶에 대한 의지력이 약하기 마련이다. 어려운 일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쉽게 주저앉아 버린다. 너무 풍요하게 자라면 ‘삶의 면역력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 남다른 경력을 가진 사람은 모두 남다른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이다. 시련과 역경은 장애물이 아니다, 즉 그냥 생고생이 아닌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계단이며 삶의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다. 불행이나 약점조차도 긍정의 스펙트럼을 통과하면 ‘다행’이 되고 ‘강점’이 될 수 있음을 재차 명심하자.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김광태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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