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교육의 미명 아래 자행된 동의 없는 수술 참관
[대학생칼럼] 교육의 미명 아래 자행된 동의 없는 수술 참관
  • 경남일보
  • 승인 2016.05.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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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진주교대 학보사 편집국장)
한 만삭의 산모가 대학병원을 찾아왔다. 항상 검진을 받던 동네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저체중아로 태어날 수 있으니 큰 병원으로 옮기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의 산통 끝에 대학병원 의사는 산모에게 제왕절개수술을 권했다. 남자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다소 불편했던 산모는 수술실에 남자 의사가 들어오는지 문의했고 병원 측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놀라고 말았다. 수술 참관이라는 명목으로 의대생인 남학생 두 명이 서 있었던 것이다. 산모는 수술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었다는 점과 자신이 원치도 않았던 참관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수치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산모에게 거짓말을 했냐는 질문에 병원 측은 의대생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산모에게 그렇게 대답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대학병원은 병원이자 하나의 의사 양성기관으로써 교육 목적으로 한 참관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대학병원의 특성상 의대생들을 교육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수술 참관 역시 예비 의사들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환자의 동의를 구했는가의 여부이다. 환자는 몸이 아파서 내원한 것이지 학생들을 교육시키려고 내원한 게 아니다. 자신의 수술 모습, 특히 분만 모습을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제3자가 바라본다는 건 환자에게 큰 스트레스일 수 있다.

심지어 환자에게 어떠한 귀띔이나 동의 여부도 없이 참관을 허락하는 건 인도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병원 측은 대학병원에 왔다는 사실부터 학생 참관에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건 병원에서 멋대로 생각한 암묵적 동의일 뿐이다. 병원을 찾는 급한 상황에 누가 학생의 수술 참관 여부를 따져가며 병원을 고르겠는가.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서 산모는 남자의 수술실 출입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러한 점에서 병원의 독단적 판단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의사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경험 없이 수술을 맡는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때문에 수술 참관 자체가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병원은 교육기관이기 이전에 의료기관이다. 따라서 교육생의 수술 참관 여부에 대한 환자의 분명한 동의절차와 배상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법제가 세워져야 할 것이다.
 
이진우 (진주교대 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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