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제언] 진주대첩광장 조성과 ‘비움의 광장’
[특별제언] 진주대첩광장 조성과 ‘비움의 광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05.30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덕현(경상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김덕현(경상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진주성 일대를 문화와 역사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은 진주시민과 시정의 오래고 큰 과제이다. 진주성 내성 부분은 1963년 국가가 사적으로 지정한 후 경내 토지를 매입해 정화사업과 공북문을 비롯한 일부 역사적 경관이 복원됐다. 그러나 진주성의 역사적 가치를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외성 부분, 특히 촉석문 앞쪽을 역사와 문화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최근 진주시 당국은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사업’ 계획을 제시했는데, 이는 촉석문 앞 일대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물을 철거하는 사업이 대체로 진행됨에 따라 다음 단계사업을 위한 구상으로 보인다. 진주시가 설계를 공모해 당선작으로 발표한 작품은 ‘비움’을 기본 콘셉으로 제시하고, 지상은 중앙잔디광장과 상징조형물, 지하는 주차장으로 설계하자는 것이다.

진주성 일대 정비사업의 방향은 진주시민과 진주의 역사문화에 주목하는 온 국민의 관심사인지라 이번 사업계획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이 계획에는 기존의 형평탑을 광장 밖으로 이전하는 것이 포함돼 있는데, 이미 자랑스러운 진주역사의 일부가 된 형평탑을 이전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많다. 형평탑에 대해서는 다른 분의 논의에 맡기고, 여기서는 잔디광장으로 구현되는 ‘비움의 광장’과 지하주차장에 대해서 필자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어떤 분은 광장의 기본 콘셉은 ‘비움’이 아닌 ‘채움’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주의 역사와 문화로 채워진 광장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비움’을 다른 의미, 즉 결과가 아닌 시작을 의미하는 포용성으로 해석해 보고자 한다.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7천여 평의 공지를 조성했는데, 이를 “진주시의 랜드마크로 부각시킬 수 있는 광장의 기념성과 예술성, 창의성, 그리고 진주성과 남강을 아우르는 지역성”을 두루 함축한 광장으로 만드는 일은 결코 몇 년 내에 이뤄질 수 없다. 이를 구현하는 방법은 적어도 10년 이상의 활발한 논의와 단계적 추진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잔디광장으로 나타난 ‘비움’은 디자인의 결과가 아니라, 새천년 진주 만들기를 위해서 중지를 모으고 창의를 촉발시키는 시작의 ‘비움’을 상징해야 한다. 시장을 비롯한 행정을 책임지는 분들은 대체로 자신의 임기 안에 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건축되는 유럽의 대성당처럼, 장기간 진행되는 진주성 역사광장 사업을 본인의 임기에 시작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널리 의견을 수렴하는 행정책임자가 더 오래 기억되고 시민의 존경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진주성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통 등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주차장 설비는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토론회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진주성 광장의 지하에 대형주차장을 두는 문제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첫째, 대형주차장과 역사적 기념물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야 한다는 일반적인 전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관광객이나 답사자는 기념물 탐방을 즐기기 위해서 적당한 거리에서부터 원경을 바라보며 도보로 이동하는 것을 더 의미있게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통과 공간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대형 지하주차장은 별도의 진입동선이 필요한데, 진주성 앞 광장은 전면에 남강이 흐르고 후면은 도심부로 채워져 있어 진입동선 설계가 어렵고 도심부 대형주차장 자체가 교통정체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안으로 순환로 입구에 가까운 공설운동장 근처도 고려할 수 있다.

 

김덕현(경상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