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능 출제방향을 EBS교재 연계 70%이상으로 발표하자, 교과서가 사라졌다.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지만 대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EBS교재로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큰 흐름을 형성하자, 학교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독서교육도 마찬가지다. 독서가 학생들의 학업능력, 잠재능력, 전공 적합성 등을 평가하는 핵심요소로 떠오르자, 한 권을 읽더라도 ‘왜 그 책이 의미가 있었는지,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를 고민하면서 읽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학종의 독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하는 독서는 미래 인재의 핵심역량을 기르는데 매우 중요하다. 필독도서, 권장도서라고 모두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이 읽는 것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충실하게 읽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정형화된 독후감보다 학생들이 표현하고 싶은 노랫말, 4컷짜리 만화, 광고문, 간단한 멘트 등으로 자신을 발견하고 다듬어가는 독서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학생의 독후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돼야 한다. 교사가 관찰한 독서내용과 학생들이 제출한 독후활동을 근거로 학교생활기록부의 ‘일반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독서활동 상황,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 등에 교사가 학교교육과정, 진로, 동아리 활동 등과 연계해 학생의 진로에 대한 고민, 자기 주도성, 지적 호기심, 심화학습 등을 담아낸다. 물론 교사의 기재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바탕이 되는 것은 학생이 제출한 독후활동이다. 독후활동은 독서를 하면서 길러진 생각의 힘과 학생 자신이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드러나야 한다. 서울대입학관리본부 웹진 ‘아로리’ 4호에 소개된 공대 합격생의 ‘프레임(최인철)’ 등 독후활동은 참고할 만하다.
어른들이 말하는 필독도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스스로 선택해 읽으면 된다. 어떤 책을 읽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왜 이 책을 읽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책을 통해 내 성장과정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자신의 특성에 맞는 독후활동부터 시작하자. 천편일률적인 독후감 쓰기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유승규 (경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독서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어야 하고, 그 자체로 종착지여야 합니다. 현 학교독서는 이미 수단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만큼 학생들은 순수성과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책읽기 자체가 좋아서 독서를 하는 세상이 다시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