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사회] 데이트 폭력은 범죄
[분노하는 사회] 데이트 폭력은 범죄
  • 김송이 수습기자
  • 승인 2016.05.22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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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고건수 425건'…살인미수 까지
 

올해 초 창원에서 8개월간 교제한 여자친구의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한 A(46)씨가 여자친구 B(55)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B씨에게 계속 만날 것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당하자 피해자의 집 앞에서 귀가하던 B씨를 벽돌로 내리쳤다. A씨는 벽돌에 맞은 B씨가 반항하자 범행현장에서 도망쳤지만 곧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연인 간에 발생하는 살인·강간·강제추행·상해·폭행·폭력 행위 등을 뜻하는 ‘데이트 폭력’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9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425건으로 이는 전년 대비 51건 늘어난 수치다. 또한 경남지방경찰청이 지난 2월 3일부터 3월 2일까지 한 달간 실시한 ‘연인 간 폭력’ 집중신고 기간 동안 도내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7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신고 건수의 18%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가해자 67명은 불구속 입건, 5명은 구속됐다. 죄종별로는 연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상해를 입힌 가해자가 50명으로 데이트 폭력사건 처리 건수의 69.4%를 차지했다. 이어 성폭력이 12.5%(9명), 협박 8.3%(6명) 등으로 나타났다.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 역시 늘어났다. 여성긴급전화 1366 경남센터의 상담실적에 따르면 2014년 33건, 2015년 36건이었던 도내 데이트폭력 상담 건수는 2016년 4월까지 31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상담 건수의 약 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긴급전화 1366 경남센터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급격히 늘어난 데이트폭력 상담 건수에 대해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은 가해자의 폭력이 자신에 대한 애정 내지는 관심의 표현이라고 여긴다”며 “최근 데이트 폭력에 대한 집중단속과 대대적인 언론 홍보를 통해 연인 간에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폭력’이라는 이름이 붙기 시작하면서 많은 이들이 스스로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라고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담소를 찾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 중 상당수가 가해자를 ‘원래는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거나 ‘(폭력의)원인은 나에게 있다’고 여기는 등 연인의 폭력, 폭언, 집착 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데이트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원스톱 기관센터’ 혹은 ‘해바라기 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폭행을 당한 날짜, 시간 등을 기록하고 협박 문자 메시지 등을 캡처 해 증거를 남겨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장회 경상대 교육학과 교수는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 대부분은 분노조절이 힘들고 타인을 배려·존중하지 못한다”며 “학대나 애정결핍 등의 이유로 어린시절 발달과제가 충족이 안 된 경우 이를 성인이 돼 만난 연인이나 배우자로부터 채우고자 하지만 이런 욕구가 좌절될 경우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자극되면서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들 역시 어린 시절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잘못된 부모님의 모습을 학습하면서 연인인 가해자에게 끌려다니는 불행한 굴레를 답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가정폭력, 아동학대, 데이트 폭력으로 이어지는 잠재적 위험군을 발견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의 상처를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교사들은 교육현장에서 보다 섬세하게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살필 줄 알아야 하며 국가와 각 지자체는 상담교사와 같은 전문인력 배치에 좀 더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송이 수습기자 song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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