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호관찰은 관심과 교육이다
[기고] 보호관찰은 관심과 교육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6.06.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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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스님 (대원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까^톡’ 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간, 꿈결에 들린 핸드폰의 카톡 소리에 놀라 눈을 뜨고 문자를 확인했다.

“스님, 이제 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동안 안부도 전하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1주일 후에 군대 갑니다. 가기 전까지 아르바이트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가끔 스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제 고민도 많이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눈을 비비고 확인한 문자에서 고단했던 정훈이의 삶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듯해 마음이 가벼웠다. 어머니의 우울, 아버지의 음주와 폭행으로 집에 가기 싫어했던 그는 비쩍 마른 노랑머리에 접근 불가 고등학생이었다. 아버지는 거실에서, 어머니는 안방에서, 자신은 자신의 방에서 각자의 성을 쌓고 말없이 지낸 지가 5년. 정훈이가 어머니를 얼마나 애틋해하는지, 아버지와의 따뜻한 대화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됐다.

또 한 사람, 인영이가 있다. 어머니의 부재, 아버지의 무책임, 할머니의 거친 언행, 막무가내 어린 여동생의 반항은 중3 인영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현실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는 그녀가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매일같이 술에 취한 할머니의 고단한 삶의 넋두리를 몇 시간씩 들어줘야 하고, 원수같이 굴던 여동생을 이해하기까지 인영이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던 그녀와 함께 분식집에 앉아 김밥과 라면을 먹으며 그날 있었던 친구들과의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말 그대로 적절한 보호가 필요한 긴 관찰의 시간이었다.

부모와의 대화를 위한 방법을 몰라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누구에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방황했던 그들과의 인연은 진주보호관찰소에 상담자원봉사를 나가면서부터 시작됐다. 상담을 시작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아이들은 대학으로 사회로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다. 더러는 조금 더 방황의 시간을 가질지도 모르지만, 보호관찰을 받으며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누군가가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가 부모의 마음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아야 하지 않겠는가. 보호관찰소는 수용시설이 아니라 그곳의 아이들이 잠시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는 교육의 시간을 갖는 장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혜성 스님 (대원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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