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깨우지 마!"
[독자시] "깨우지 마!"
  • 경남일보
  • 승인 2016.05.0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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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시] "깨우지 마!"

여섯살 형아랑 네살 아우랑

5월 봄나들이로 직지사 절간엘 간다.

도랑물에 나뭇잎 꽃잎 띄우는 뱃놀이랑

판판한 흙마당 길쓰는 신발끌기 놀이랑

푸르른 잔디밭 힘껏 뛰는 달리기 놀이랑

형아는 아우를 꽁무니에 매달고

아우는 형 꽁무니에서 달랑달랑

형아가 ‘쓱~’ 옷소매로 땀을 닦으면

아우는 ‘씩~’ 손으로 따라 문지르고

형아가 샘터에서 물 한바가지 떠 먹으면

아우도 형아 따라 한바가지 물을 마신다.

형아가 ‘와~아’ 고함치며 뛰어가면

아우도 덩달아 ‘우당탕’ 뒤따른다 .

우르륵 내달리며 쓰러질듯 고꾸라질듯

그래도 엎어지지 않고 한덩어리로 구른다.

흙투성이 풀투성이 물투성이 거지꼴이 되어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차를 탄다.

아우는 의자에 앉자 고꾸라져 졸음에 몰린다.

짓궂게도 형아가 아우 머리를 건드린다.

아우는 귀찮다고 머리를 온몸을 뒤흔든다.

형아가 눈꺼풀을 꼬집고 콧구멍을 찌른다.

졸던 아우가 눈 감은 채 ‘꽥~’ 고함을 지른다.

“깨우지 마! 깨우지 마!”

머쓱해진 형아도 옆자리에 벌렁 누워 잠이 든다.

아하!

5월 봄나들이가 끝나고 이제 고요의 나라다.

/아가동장 ·김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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