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마이프렌즈 '노년에 보내는 박수갈채'
디어마이프렌즈 '노년에 보내는 박수갈채'
  • 연합뉴스
  • 승인 2016.07.0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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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시청률 9.5%…tvN 역대 시청률 5위
노년은 청춘의 들러리가 아니다.
우리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이름이 있고, 그들의 인생이 있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가 청춘의 뒤로 물러나 있던 노년의 삶과 생각, 바람을 화면의 중심으로 불러내 시청자와 소통하는 데 성공하며 지난 2일 막을 내렸다.

 5월12일 5.1%로 출발해 지난 1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8.4%를 기록했고, 마지막회에서는 평균 7.2%, 순간 최고 9.5%로 끝까지 흥행했다.

 60~80대 노인들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아무도 안 보는 드라마로 전락하지 않았고, 오히려 청춘들로부터 큰 호응을 끌어낸 ‘디어 마이 프렌즈’는 한국 드라마의 소재와 다양성을 확대시킨 수작으로 남게 됐다.

◇노희경이 돌아왔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희경 작가의 귀환을 알린 작품이다. 그렇다고 그가 어디로 떠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청춘들의 관심을 받는 히트작을 내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내면을 치열하게 파고들고, 더이상 밀려날 데 없는 밑바닥 인생들을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며 여운이 긴 감동을 전해줬던 노 작가의 필력은 한동안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스타들을 캐스팅한 트렌디한 드라마를 선보이며 변화를 꾀했다. 누구보다 현실적인 드라마를 썼던 그가 판타지의 세계로도 떠났다.

 ‘내가 사는 이유’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바보 같은 사랑’ ‘화려한 시절’ ‘고독’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보며 노희경에게 열광했던 팬들은 그의 변화를 낯설어하기도 했다.

 노 작가는 그러나 ‘디어 마이 프렌즈’로 우리가 알던 노희경이 돌아왔음을 알려줬다. 그가 그려낸 캐릭터들은 당장 손에 잡힐 듯 현실적이고 살가웠다. 드라마가 펼쳐보인 이야기에 시청자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야”라고 외쳤다.

 변화와 실험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노희경은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한층 세련되고 화사한 작법으로 공감대를 넓혔다. 과거에는 감동은 주지만 지긋지긋할 정도로 사실적인 화법으로 마음 한구석 불편함도 안겨줬다면, 이번에는 시종일관 따스한 햇빛 같은 시선으로 인물과 이야기를 풀어나가 감정이입을 부드럽게 이끌었다.

 여전히 아프고 쓰리고 가슴을 치게 만드는 상황과 이야기가 전개됐지만, 작가는 현실을 돌아보게 하면서도 숨 쉴 구멍을 구석구석 배치해 시청자가 고개를 돌려 피하게 하지 않았다.

◇“길 위에서 죽고싶어. 좁은 방이 아니라”

 ‘디어 마이 프렌즈’는 ‘누구의 엄마’나 ‘누구의 아빠’가 아니라 노인이 된 그 엄마와 아빠의 이름을 불러준 드라마다. 희자, 정아, 난희, 충남, 영원, 석균, 성재 등은 서로의 이름을 불렀고, 시청자도 그들의 이름을 기억했다.

 암과 치매, 죽음이 이상하지 않은 60~70대이지만 여전히 펄떡이는 삶의 에너지가 있는 이들은 누구의 들러리가 아닌, 자신들의 오늘을 살아가느라 바쁘다.

 마지막회에서 치매에 걸린 희자(김혜자 분)가 평생 친구의 존재도 순간순간 블랙아웃되는 상황에서도 “길 위에서 죽고싶어. 좁은 방이 아니라”라고 흐느끼는 모습은 그 어떤 노인도 죽을 날만 받아놓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며 진한 울림을 전해줬다.

구십을 바라보는 쌍분(김영옥)이 “인생을 돌아보니 별거없더라”고 하고, 칠십을 바라보는 충남(윤여정)이 “무병장수가 가장 큰 고통”이라고 실없이 내뱉었지만 그 별것 없는 인생도 목숨이 붙어있는 한 매순간 욕심을 부르게 되는 것임을 드라마는 이야기했다.

 물론 극적인 장치는 작용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돈 없는 노년,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년은 논외였다. 또 쓸쓸하고 고독한 말년이 아니라, 언제든 전화하면 달려와주는 친구들이 있다. 돈과 시간과 친구가 있는 노년에 암과 치매는 함께 극복하고 견뎌낼 장애물이지, 비루한 인생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모는 결정타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노 작가는 이 같은 설정과 화법으로 노인의 이야기가 우울하거나 어둡게만 흐르지 않도록 잡는 동시에, 젊은층이 도망가지 않고 ‘꼰대’들의 이야기에 동참하도록 이끌었다.

◇베테랑 연기자들의 향연

 신구(80), 김영옥(79), 나문희(75), 김혜자(75), 주현(73), 윤여정(69), 박원숙(67), 고두심(65)이 주연을 맡고, 고현정(45)이 이들을 수발하는 막내로 가세한 환상적인 조합은 쟁쟁한 배우들의 이름에 걸맞은 기막힌 화음을 빚어냈다.

 베테랑 연기자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잘근잘근 씹어서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드라마는 이들의 영롱한 연기를 부드럽게 꿰어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냈다.

 배우들도 이구동성 “어디서 이렇게 만나 연기하겠나”라며 이번 작업에 행복해했고, 그 행복은 고스란히 화면을 타고 시청자에게 전달돼 감상의 즐거움을 줬다.

 배우들은 멋지게 판을 깔아준 노희경 작가에게 감사를 표했고, 노 작가는 인터뷰 요청에 “이 작품은 내가 나설 자리가 없다”는 말로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연합뉴스



 
tvN ‘디어 마이 프렌즈’가 청춘의 뒤로 물러나 있던 노년의 삶과 생각, 바람을 화면의 중심으로 불러내 시청자와 소통하는 데 성공하며 지난 2일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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