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07.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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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길을 함께 걷는 트리오도스 은행
2009년 파이낸셜타임스와 국제금융공사(IFC)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은행’/ 1980년 창립 이래 연속 분기 흑자를 달성한 은행/ 영국 최초로 대출내역을 전면 공개한 은행/ 매년 전 세계 9,000여개 영리, 비영리,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은행…. 1980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되어 현재 벨기에, 영국, 스페인, 독일 등지에 지점을 두고 있는, ‘작지만 착한 은행’이라는 아름다운 별칭의 트리오도스 은행의 놀라운 성과다.

‘트리오도스(Triodos)’는 ‘3’이라는 뜻의 ‘tri’와 ‘길’을 뜻하는 ‘hodos’가 합쳐진 그리스어로 ‘세 개의 길’이라는 의미다. 이 세 개의 길은 곧, ‘사람’, ‘환경’ 그리고 ‘이윤’이라는 이른바 ‘지속 가능 경영’의 3대 축을 나타낸다. 사회와 환경을 위해서 일을 하는 동시에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재무적 수익을 함께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이름이 의미하듯 트리오도스 은행은 사용된 자금이 사회에 긍정적이고도 착한 변화를 창조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트리오도스 은행의 성공 비결은 기존의 제도권 은행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금융을 추구한 점이다. 트리오도스 은행이 성공한 내부적 요인들로 세 가지를 꼽는다. 그 첫째는 철저한 실물 중심의 자산 운용 원칙이다. 트리오도스 은행은 사명의 이행을 경영의 중심에 놓고 실물 자산에 근거한, 사회의 편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수요에만 자금을 지원한다. 기존의 거대 상업 금융기관들은 수익과 규모는 크지만 자산에 내포된 위험도 크며, 금융 위기와 같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물과 사회적 영향에만 관심을 갖는 트리오도스 은행은 이윤은 크지 않지만 지속적이며, 관리하는 모든 자산이 큰 위험을 내포하지 않아 외부에서 오는 위기와 충격에도 강한 편이다. 두 번째 요인은 경영의 투명성이다. 트리오도스 은행은 자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투융자금의 상세한 사용처를 대중에게 공개한다. 이러한 투명성은 기관의 신뢰도를 높이게 되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의 충성심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 세 번째 요인은, 세 개의 길을 걷는 전문성이다. 트리오도스 은행은 창립한 지 10년이 되던 1990년까지만 해도 19명의 직원들로 운영되는 작은 조직이었다. 소규모 조직임에도 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의 순풍을 타기 시작한다. 조직의 규모를 키우기보다 ‘사람-환경-이윤’이라는 공유가치를 함께할 사람들부터 키운 것이다.

트리오도스의 2012년 회계보고서를 들여다보면 놀라운 통계 수치들을 접하게 된다. 우선 총자산은 2008년 5조 4357억 원에서 2012년 11조 6894억 원으로 약 2배 이상 늘어났고, 순이익은 147억 원에서 328억 원으로 거의 2.5배 증가했다. 그리고 2038메가와트(유럽 130만가구의 소비전력)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46개 에너지, 기후프로젝트에 투자했는가 하면, 1800만 끼니(1만6800명분)에 맞먹는 규모의 제품을 생산하는 유기농장들에 대출을 해주었고, 57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한 박물관과 극장들에 대출해주었는가 하면 6만5800명에게 교육을 제공한 기관들에게 대출해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린 빌딩, 유기농 농업 등 재생에너지와 소셜 하우징, 빈곤 완화, 예술기획, 지역개발 등에 대한 대출 혹은 투자를 통해 환경적, 사회적 성과를 추구하는 사업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해오고 있다. 트리오도스는 그들의 꿈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뜻이 맞는 은행들과 손잡고 GABV(the 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도 만들었다. 25개의 다양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혁신 은행들이 모여 주류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경상대학교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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