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진주경찰서 경무계장·경감)
중복을 지나면서 무더위도 절정에 달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가족, 친구와 같이 산이나 바다 등 시원한 곳을 찾아가지만 우리는 공통적으로 목격하는 장면이 있다. 맑고 깨끗한 계곡과 바닷가 해수욕장에 버려진 술병, 담배꽁초, 가스통 등 온갖 생활쓰레기와 교통 무질서, 타인을 배려치 않는 음주소란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 등등. 이런 모습이 OECD 가입국 중 경제수준 10위권이라 자부하는 우리의 진짜 모습일까. 이미 사라진 과거의 모습이었으면 하지만 아직도 진행중인 현재의 모습이다.
K-pop열풍에 이어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한류바람을 타고 아시아와 유럽 등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나라의 일상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이 과연 산술적인 국민소득만 높다고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까. 법을 지키면 손해 본다는 생각, 재수 없어 나만 단속됐다는 생각은 버리자. 기초질서 준수는 민주주의 가장 기초적인 책임과 의무이며 진정한 선진국가로 발전, 도약하는 시발점인 것이다.
KDI연구보고서에 따르면 OECD수준의 법질서가 준수되면 매년 1%의 추가 경제성장이 달성된다고 한 것을 보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우리가 진정 원하는 선진국 진입에 법질서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진주는 교통 선진문화가 잘 정착돼 지난해보다 교통사망자는 33.3% 줄어들어 상반기 교통업무 평가에서 도내 2위를 했고, 4대 사회악 근절평가에서는 도내 1위를 했다. 시민 한 분 한 분 노력의 결과물이며, 기초질서 준수율이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지표는 실제 진주시민들께서도 피부로 느끼는 법질서 안전도와 교통위험으로부터 느끼는 체감안전도가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독일 법학자 옐리네크(G.Jellinek)의 말처럼 올바른 도덕적 질서의식이 결국에는 보다 높은 삶의 질을 가져올 것이며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것이다. 기초질서 준수는 시민의식과 직결되고, 선진국의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경찰이 단속을 하기 때문에 법을 지킨다는 수동적인 입장보다는 기초질서는 나부터 앞장서 지켜야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유신 (진주경찰서 경무계장·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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